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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금이다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양에 『시간은 금』이란 말이 있다. 동양에는 『소년은 늙기쉽고 배움은 이루기 어려우니 일촌광음이라도 가벼이 보내지 말라』는 주역의 계훈이 있다.
신해년을 값지게 보낼 수는 없을까. 8천7백60시간중 단 한시간이라도 헛되이 보냄이 없어야겠다. 빈부귀천·남녀노소의 구별없이 가장 공평하게 인간에 주어진 것은 시간이다. 내일의 시간을 오늘 가불할 수도 없고 어제의 시간을 저축할 수도 없다. 하루 24시간은 그날 뿐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 귀중한 24시간을 20시간 가치밖에 못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26시간 쓰는 이가 있다.
아침 면도시간마다 독일어 단어를 왼 명사가 있는가하면 변소에서 읽은 책이 서가로 하나가 됐다는 외국의 이야기가 있다. 통학길에 열심히 책을 읽는 학생을 본다. 이처럼 머리를 쓰지않는 시간에 두가지 일을 하는 것도 현명하다.
잠은 일찍 깨지만 잠자리에서 뒤척거리느라고 기상시간이 늦는 사람이 많다. 미국의 백화점을 경영하는 데이비스라는 부인은 이 시간을 이용했다. 6시에 일어나면 머리맡에 놓인 코피.보틀에 스위치를 넣는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서류와 보고서등을 살펴보고 만년필로 지시사항을 적는다. 부인은 8시까지 두시간 일한 것이 사무실에서의 5시간에 맞먹는다고 한다.
윈스튼·처칠는 이 시간에 각종 일간지를 읽는다. 그의 대저서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은 최종권까지 모두 침대에서 아침시간에 완성한 것이다.
한번에 두가지 이상의 일을 철저히 배격한 이도 있다. 아이젠하워대통령은 1시 1건주의다. 한가지 일을 할때는 일체의 다른 일은 생각하지도 않는다. 적어도 정신적인 훈련이 필요하다고 그의 신문비서가 말했다고 한다. 이 방법은 쉴때도 마찬가지, 놀때는 완전히 잡념을 잊고 노는 데만 몰두한다. 사람의 정신력을 최대한 이용하는 법이다.
감정을 제어하는 완전한 의지의 힘이 요구된다.
작업장을 정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바늘을 찾는지 바느질을 하는지 모를 때가 있다. 작업도구와 작업위치를 인간공학적인 면에서 적절히 배치한다. 작업순서에서도 크게 좌우된다. 대체로 한가지씩 완성하는 것보다는 분업적으로 같은 작업을 몰아하는 것이 빠르다.
이것도 계획이 세워진 다음의 일이다. 인간은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이는데 계획이란 방법을 쓴다. 아폴로우주선이 달에까지 갔다오는데는 초단위의 치밀한 계획이 있었다. 계획서가 전화번호책만큼 두꺼웠다고 한다.
작업계획을 세우는데는 몇가지 원칙이 있다. 심리학자 장병림교수는 일과표나 약속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시간관념은 하나의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외향적인 사람은 활동이 앞서고 내향적인 이는 생각이 앞선다. 내향적인 성격이 시간관념이 많다.
생존경쟁이 치열했던 민족은 생활의 템포가 빠르고 복잡하여 시간관념이 많지만 비교적 안일한 문화적배경을 가진 민족은 시간관념이 희박하다.
따라서 계획을 이길 수 있는 의지가 없는 사람, 생활자체가 쫓기지 않는 사람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 정신위생상 좋다. 시간을 절약하는 것은 즐거운 자기시간. 레저.타임을 많이 가져보려는 것이 목적이다. 굳이 바둥거리지 말라는 것.
이장규박사(방의소장)는 서양사람은 시간관념이 많다고 하지만 독일의 대학에는 『대학의 15분』(아카데미셴·피어텔)이란 것이 있는데 강의시간을 15분정도는 까먹는 다는 것이다. 이박사는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것은 강박관념의 소산이라고까지 말한다.
장병림교수는 계획표에 호메오스타시스를 원칙으로 하도록 권한다. 호메오스타시스란 긴장과 이완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육신적으로 견디지 못하는 현상이다.
즉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긴장한 후에는 풀고싶다, 늘어진 상태가 오래가면 반대로 긴장해지고 싶은 것이 우리의 생리다. 말단사원이 퇴근후 긴장을 풀려고 애쓰는반면 은퇴한 노인들은 일을 만들어서 한다.
계획표는 자기능력에 맞게 힘든 일과 가벼운 일, 정신노동과 육체노동, 교제하는 일과 사무직, 휴식과 작업등을 안배함으로써 실천이 가능하고 정신위생상 무리가 없다.
신해년의 계획은 수포가 되지않도록 과욕을 보이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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