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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연구진, 미생물서 가솔린 뽑아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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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미생물을 이용해 가솔린(휘발유)을 만들었다. 채굴한 원유를 정제해 얻는 기존의 가솔린과 달리 바이오매스(biomass·광합성을 하는 식물 등 유기성 물질의 통칭)를 발효시켜 얻은 ‘바이오 가솔린’이다. 2010년 외국 연구진이 미생물을 이용해 기존 경유와 성분이 같은 ‘바이오 디젤’을 만든 적은 있지만 바이오 가솔린을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팀은 포도당을 가솔린으로 바꾸는 대장균을 만들고, 이 균의 배양액 1L에서 약 580㎎의 가솔린을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30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미생물은 세포막을 만들기 위해 지방산(탄소 16~18개가 긴 사슬로 연결)을 합성한다. 지방산은 전체 세포의 1%도 안 될 만큼 소량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미생물의 유전자를 조작해 지방산을 대량 합성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식물 등에서 추출한 효소 등을 추가해 지방산을 가솔린(탄소 4~12개가 짧은 사슬 모양으로 연결된 탄화수소화합물)으로 바꿨다.

 이번에 만든 가솔린은 찻숟가락 반 개 정도 양이다. 생산 효율도 낮다. 그러나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바이오 연료나 썩는 플라스틱 등을 만들 수 있다. 연구를 지원한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기술은 기존 석유화학사업을 바이오 기반 화학사업으로 대체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지방산 합성과 가솔린 전환을 강화하는 방안을 계속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KAIST에 7명밖에 없는 특훈교수다. KAIST는 연구업적이 뛰어난 교수를 특훈교수로 선정해 인센티브 등을 주고 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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