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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손뜨개방 '毛름지기' 전선예 사장님, 월 매출 1000만원 비결 뭡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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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신천동 장미아파트 상가에서 2004년부터 손뜨개방 ‘毛름지기’를 운영하고 있는 전선예 사장이 손님들에게 스웨터 짜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세탁소와 빵집·인테리어숍·부동산 같은 작은 상점들이 입점해 있는 아파트 상가. 고만고만한 가게들이 키 재기를 하듯 다닥다닥 붙어서 손님을 맞는다.

 서울 신천동 장미아파트 B상가 2층 한 구석에 있는 손뜨개방 ‘毛(모)름지기’도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넓이가 23㎡(7평)쯤 될까. 의자 10개, 네모난 테이블 하나를 갖다 놓은 게 고작이다. 어떨 때는 전선예(49·여) 사장과 아주머니 한두 명이 오손도손, 또 어떨 때는 예닐곱 명으로 불어난 매장에선 서로 눈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뜨개질 거리에 눈을 맞춘다. 가끔 손님들이 “매듭 묶기가 잘 안 된다” “바느질 코가 틀렸다”고 하면 전 사장이 이런저런 코치를 해준다. 하나같이 바느질 삼매경에 빠졌다가도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올 때가 됐다” “장 보러 간다”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전 사장은 “이게 뜨개방 사업의 전부”라고 소개했다. ‘신의 한 수’ 같은 뜨개질 비법은 없단다. 그런데도 毛름지기는 100여 명의 단골이 끊이지 않는다. 경기도 과천, 퇴촌(광주시)에서도 손님이 찾아온다. 스웨터·카디건·목도리 등 뜨개질 아이템이 많은 겨울철에는 500명 넘게 몰리기도 한다. 월 평균 매출은 1000만원가량이다.

 사실 뜨개방은 전형적인 ‘부업 아이템’이다. 스스로 제품을 만들어 쓰는 ‘DIY 바람’을 타면서 주부들 사이에선 소자본 창업이나 뜨개질 강사 취업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손뜨개 니트 맞춤 전문점이나 리폼(변형) 전문점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손뜨개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생겼다. 하지만 어렵사리 창업을 해선 얼마 안 돼 문을 닫기가 일쑤다.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창업으로 연결했지만 막상 경영 노하우는 부족해서다.

 毛름지기는 인근 백화점 뜨개질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전 사장이 경험을 살려 2004년 창업했다. 장미아파트 B상가 2층에 보증금과 인수대금 등으로 3000만원이 들었다. 줄이고 줄인 것이었지만 나름대로 과감한 투자였다. “백화점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덜컥 창업을 결심했어요. 그때 여기저기 발품을 팔다가 매물로 나와 있던 ‘주림뜨개방’을 인수했지요. 디자인을 전공하는 큰아들이 얼마 전 ‘毛름지기’라는 새 이름을 선물해주기 전까지 ‘주림뜨개방’ 상호를 그대로 썼어요. 손님이 간판 보고 오는 거 아니잖아요? 물론 간판 제작 비용이라도 아껴보자는 생각도 있었지요.”

 전 사장이 스스로 꼽는 경쟁력은 “뜨개방이 뜨개방이 아니어서”다. “오랜 단골이다 보니 식구나 다름없지요. 열쇠도 맡겨놓고 다니니까요. 이젠 ‘사랑방’이나 ‘수다방’이 맞는 거 같아요. 제 역할은 손님 얘기를 차분하게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는 거예요.”

고객 중엔 자신이 뜨개질한 옷을 입은 가족들과 기념 앨범을 제작한 경우도 여럿 된다.

 백화점 시절부터 단골이라는 이종명(41·여·서울 구의동)씨는 “전 사장은 10년 만에 나타난 손님도 어제 만났던 것처럼 대화를 주고받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역시 10년 단골인 이화진(59·여·서울 잠실동)씨는 “毛름지기는 고운 사연이 쌓이는 곳”이라고 했다. 이씨는 “그동안 딸이 결혼해 사위·외손자까지 옷을 만들어준다”며 “그러면 1년에 한 번씩 뜨개질 작품을 차려입은 기념 앨범을 만들어온다. 가족의 역사가 뜨개질 속에 담겨 있다”며 흐뭇해했다. 이런 얘깃거리를 함께 나누는 것이 전 사장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첫아이에게 입힐 배냇저고리를 만들어 주는 임신부부터 여자 친구에게 줄 목도리를 만들어 주는 남자 친구까지 핸드메이드 제품에는 사연이 담기기 마련이지요. (뜨개질 강습은) 사람마다 일대일로 지도를 해야 해서 어떻게 보면 피곤한 일이지만 이런 사연을 담는다는 생각으로 일하면 저절로 뿌듯해집니다.”

 작은 가게이지만 운영은 철저히 고객 중심이다. 毛름지기엔 따로 정해진 뜨개질 강습 시간이 없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30분에는 언제든 매장을 찾아서 원하는 뜨개질을 하면 된다. 전 사장이 동대문시장으로 실타래를 사러 가거나 집안일로 자리를 비우면 손님이 매장을 지키기도 한다. 이곳에선 강습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대신 뜨개실에 적정한 이윤을 붙인 것이 그가 가져가는 수익의 전부다. “월수입요? (웃으면서)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지요. 스웨터 하나 뜨는 데 실값만 30만~40만원이 들어요. 이런 스웨터를 한 달에 서너 벌쯤 뜨는 ‘선수들’이 꽤 됩니다.”

손님들이 다양한 패턴의 뜨개질을 하고 있는 모습.

 또 한 가지는 뜨개질 역시 패션 사업이라는 점이다. 트렌드에 민감해야 한다는 뜻이다. 뜨개질 아이템에도 인형이나 무릎덮개·시트커버·핸드백 등 흐름이 있다. 소재부터 패턴·색상·무늬에도 유행이 존재한다. 가령 올여름에는 면 티셔츠에 뜨개질로 포인트를 주는 게 주목을 끌었다. 전 사장은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뜨개질 역시 은근히 유행이 바뀐다”며 “백화점 명품점을 다니고 TV·패션 잡지를 찾아보는 것은 기본, 가끔 패션쇼나 작품 전시회를 다니면서 색감과 디자인을 배워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뜨개방에서 먼저 뜨기 시작한 재킷이 한 명품 브랜드와 비슷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나름대로 명성이 있지만 전 사장은 매장을 넓히거나 강사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 현재는 없다. 오히려 지금이 적당한 규모라고 말한다. “몇 해 전 겨울에 손님이 갑자기 늘어나 빈 매장을 터서 확장해 봤어요. 그런데 운영이 쉽지 않더군요. 아무리 작은 목도리라도 한 코의 오차가 없어야 좋은 작품인데, 매장이 넓어지니까 일일이 지도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사장 한 명에 테이블 하나, 의자 10개가 딱’이라는 결론을 내렸지요. 직접 눈이 가고 손이 가야 성공할 수 있는 일이지요.”

 자신이 만든 뜨개질 작품을 별도로 판매하지도 않는다. 그는 주로 남편이나 아들 두 명이 입을 옷, 집안에서 쓰는 커튼·식탁보 등을 뜨개질한다. 알음알음 재킷이나 스웨터 제작 의뢰가 오지만 모두 거절한다. 그런 주문을 받아야 수입이 늘어날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 사장은 “가격 매기기도 쉽지 않고 본업이 무엇인지 헛갈릴 것 같아서”라고 대답했다. 골목 뜨개방에선 사랑방 역할이 ‘정답’이라는 현답이었다.

이상재 기자

전선예 사장의 ‘부업 성공론’
▶ “즐기는 일과 연결하라”
- 젊은 시절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원하는 뜨개질 작품을 만들곤 했다. 이렇게 미치도록 좋은 일이어야 한다.
▶ “과욕은 절대 금물”
- 대박 욕심을 버려라. 비용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나는 창업을 하면서 예전에 쓰던 간판도 바꾸지 않았다.
▶ “본업에만 집중하라”
- 유명한 식당에 가면 한 가지 음식으로 승부한다. 곁가지 치기보다는 ‘뜨개질 선수’ 키우는 일에 집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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