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침 부족해 입안이 마르면 폐렴 위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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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인체에는 소화·접착·치료·살균 기능이 집약된 천연약물이 샘솟고 있다. 하루에 1.5~2L씩 분비되며 신체를 쾌적하게 유지해 주는 ‘침’이다. 침이 부족한 ‘구강건조증’이 오면 인체는 이상반응을 일으킨다.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화끈거린다. 양치를 해도 입 냄새가 난다. 입안에 염증·충치가 잘 생긴다. 65세 이상 인구의 3분의 1에서 나타나는 구강건조증은 건강한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요주의 질환이다. 노인 사망 원인 6위인 폐렴까지 불러일으키는 주요인이다. 서울대 치과병원 구강내과 고홍섭(사진)교수를 만나 구강건조증의 위험성을 들었다.
 
-침이 어느 정도 부족하면 구강건조증인가.
침 분비가 정상 대비 5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성인은 하루에 평균 1.5~2L의 침이 나온다. 음식을 먹는 등 자극이 있을 때도 나오지만 가만히 있을 때도 침은 끊임없이 분비된다. 구강건조증은 자극이 있든 없든 침 분비가 준다. 검사를 했을 때 타액 분비량이 분당 0.1mL 이하이면 구강건조증으로 판단한다. 정상인 사람은 분비량이 분당 0.3~0.5mL 정도로 나온다.

-침이 부족해 치료를 받는다는 게 낯설다.
침에는 소화를 돕는 효소인 아밀라아제 외에도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가득하다. 먼저 항균기능이다. 입안은 박테리아와 곰팡이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침이 항균작용을 해 세균 감염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한다. 침은 충치도 잡는다. 침에는 치아 구성요소인 칼슘과 인 성분이 과포화로 녹아 있다. 초기 충치가 생기면 침 속 칼슘과 인이 치아에 달라붙어 어느 정도 치료가 된다. PH6.8 정도로 약산성인 침은 중화작용을 한다. 콜라처럼 산성도가 높은 음식을 먹었을 때 치아가 바로 상하지 않는 건 산이 치아에 바로 접촉하지 못하도록 침이 완충작용을 해서다. 이외에도 침은 약한 구강 점막을 보호한다. 딱딱한 음식을 씹는 자극에도 점막이 쉽게 상처받지 않도록 돕는다. 시냇물처럼 늘 입안에 흐르면서 입안을 씻는 자정작용도 한다.

-65세 이상 인구 30%가 구강건조증을 앓고 있다는데 원인은.
노화가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 건강을 유지하는 노인의 타액 분비량이 젊은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연구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질환을 치료하는 약물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우울증치료제·수면유도제·진정제 같은 정신과 질환 약물은 신경계에 작용해 침 분비를 감소시킨다. 알레르기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나 고혈압 치료제 등도 마찬가지다. 이외에 면역질환인 쇼그렌병도 원인이다. 쇼그렌병은 침샘과 침을 만드는 조직이 염증세포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암 치료를 위해서 머리·목에 방사선을 쬐어 침샘이 손상되는 것도 원인이다.

-환자들은 어떤 증상을 호소하나.
침이 부족해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다고 말한다. 부서진 음식물을 침으로 덩어리지게 해 삼켜야 하는데 잘 안 되는 거다. 혀가 달라붙어 말을 하기 힘들고, 입안이 타는 듯한 작열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음식 맛을 느끼기도 어렵다. 침은 미각과 관련 깊다. 침이 없어 음식물이 잘 이동하지 못하면 미각세포가 분포한 혀 돌기를 자극하지 못한다. 침에 있는 아연 성분은 음식물을 녹이고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하는 용액의 역할을 한다. 입 냄새를 호소하는 건 침의 자정작용과 살균작용이 작동을 못해서다. 침이 끈적거리며 거품이 생기고 혀에 백태가 심한 사람, 염증·충치가 잘 생기고 잇몸질환이 빨리 오는 경우도 구강건조증의 증상이다. 틀니를 했는데 구강건조증이 오면 입안에 계속 상처가 나고 유지가 잘 안 된다.

-폐렴까지 올 수 있다고 하는데.
가장 심각한 합병증이다. 호흡기질환인 폐렴은 면역력이 약한 노인의 사망원인 6위이면서 예방 가능한 질환 중 사망 원인 1위다. 구강건조증이 심한 노인 환자는 폐렴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침이 항균작용을 충분히 못하면 입속에 세균과 곰팡이가 는다. 치석·염증·치주질환이 많아지고 균을 흡입할 확률 역시 높아진다. 구강 위생이 호흡기질환과 밀접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관련 연구는 상당히 많다.

-구강건조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약물이 문제가 된다면 약물을 조절한다. 단기간 약물을 복용한 사람이 약물을 조절하면 분비량을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 복용한 경우는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문제는 환자들이 이미 장기간 약물을 복용하면서 구강건조증이 악화해 심각한 불편을 겪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것이다. 타액은 절반 이상 분비가 줄어들 때까지 환자가 증상을 잘 못 느낀다. 구강건조증의 악화상태를 4단계로 나눠 봤을 때 대부분 3단계 후반이 돼서야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는다. 이때는 타액이 이미 상당량 줄어든 상태다. 쇼그렌증후군이나 방사선으로 침샘이 망가졌다면 회복방법은 없다. 타액 분비를 촉진하는 약물을 처방하지만 도움 받을 수 있는 폭이 작다. 인공타액도 처방하는데 아쉽게도 아직까지 만족도 높은 인공타액이 없는 실정이어서 관련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껌을 씹고 신 음식을 먹으면 도움이 되나.
도움이 된다. 구강건조증은 보조요법만으로도 환자들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무설탕껌을 5~10분 정도 씹으면 증상을 완화한다. 다만 산도가 높은 신 음식은 충치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한다. 밤에 잘 때 가습기를 사용하고 입술에 보습제나 바셀린을 자주 바른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자주 먹으면 좋다. 술과 담배는 구강조직을 건조하게 하므로 삼간다.

-예방법은.
주원인은 약물이므로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물의 부작용 중 구강건조증이 있는지 살핀다. 약물을 바꾸거나 용량을 줄일 수 있는지 의사와 상의한다. 규칙적인 식사를 하며 특히 아침식사는 거르지 않는다. 침 분비를 강하게 자극할 수 있다.

이민영 기자 t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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