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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백용흠<해운공사 상무>|선장의 윤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남영호가 침몰하여 3백 명이 넘는 승객이 남해 바다의 고 혼이 되었다. 제주의 서귀포에는 이번 떼죽음으로 과부 촌이 생겼다 하니, 이해의 마지막을 보내는 제야의 종소리는 고 혼의 명목을 비는 조종으로 바뀐 느낌이다. 해상의 운송은 육상의 운송과는 달리 큰 사고가 나면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사고율로 보면 배의 안전성은 자동차보다는 훨씬 적고, 오히려 항공기 사고보다 낮아 안전도가 높은 것이다.
배는 항구를 떠나서 일단 바다에 나서면 배의 크고 작은 것을 막론하고 선장의 지시에 따라야 하고, 반면 선장은 그 배의 안전·승객의 안전·화물의 안전에 대해 전 책임을 지게 된다. 침몰 사건을 보도한 신문 기사를 보면 남영호 사건은 안전성이 상의 짐을 실은 것이 원인으로 짐작된다.
아마도 짐의 .과적과 정원 초과 등으로 배의 위가 무거워지는, 이른바「톱·헤비」(The beavy)상태가 되어 파도에 출렁거릴 때 기울었다가 수평 자세로 돌아오는 복원 력을 상실한 것이 아닌가 한다.
SOS는 이 같은 전복의 위 급 상태를 알리는 것인데, 이것이 청취되지 않았거나 청취하고도 묵살되었다면 몸서리치는 일이다.
선장은 이와 같은 위험에서 승객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를 평소의 교육과 신념에서 몸에 지녀야 하는 것이다,
즉 최선의 일을 다하는 집착을 잃지 않고, SOS를 타전하고, 승객의 동요를 막고, 구명정을 내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켜 이제 더 할 일이 없다고 생각될 때 자신도 배를 떠나야 할 것이다.
남영호의 선장도 이 같은 윤리를 지켰을 것을 염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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