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새 장 연 최인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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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최인호는 청년문화의 기수라는 것, 산업화 시대의 사업 개발을 보여줬다는 것에서 문화적인 의미가 크다. 최인호는 청년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1970년대 대표작가였다.”

 26일 고인의 빈소를 찾은 문학평론가 김병익(75)의 평가다. 영화 ‘별들의 고향’의 주연을 맡았던 배우 신성일(76)도 “‘별들의 고향’으로 청년문화가 형성됐다. 최인호는 대중문화계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라고 했다.

 작가 최인호의 또 다른 본령은 대중문화였다. 고인은 1970년대 한국 청년문화의 최전선에 있었다. ‘통속작가’ ‘소비문학’이라는 일부 비판에도 고인의 작품은 군사정권과 빈부갈등의 시대를 살아갔던 당대 청춘들에게 숨통을 틔어줬다. 그의 소설이 영화와 TV 드라마 재탄생하고 대중적 지지를 받으며 우리 대중문화의 폭도 넓어졌다. 이른바 ‘원소스 멀티 유즈’의 출발인 셈이다.

 그가 가장 큰 영향을 준 분야는 영화다.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1974)과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1975), 배창호 감독의 ‘고래사냥’(1984)과 ‘깊고 푸른 밤’(1985), 곽지균 감독의 ‘겨울나그네’(1986) 등에 당대 젊은이들이 열광했다. 『상도』 『해신』 등 역사소설도 TV 드라마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이장호(68) 감독은 “최인호는 문학뿐 아니라 영화의 변혁을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 전의 고고했던 문학이 최인호를 기점으로 우리의 일상에 보다 가깝게 다가갔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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