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먹거리 바른 식생활] 제철 맞은 사과·배·포도·감 … 건강과 젊음 지키는 '불로초'랍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9면

윤선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100세 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건강하고 젊게 사는 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에 발맞춰 몸에 좋다는 식품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확실하게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는 제철 과일의 소중함이 도리어 잊어지고 있는 듯하다.

우리 토양에서 나고 자라서 가을에 결실을 맺는 사과·배·포도·감은 자연의 섭리와 질서에 따라 이 땅에 사는 우리에게 가을이 주는 생명의 선물이다. ‘하루에 사과를 한 개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는 영국 속담처럼 제철 과일을 매일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건강하게 살 수가 있다. 제철 과일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 건강에 필수적인 각종 비타민·무기질과 식이 섬유, 그리고 생리 활성 물질들이 가장 풍부하게, 또 가장 조화롭게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식품인 생과일은 조리나 가공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자체가 함유하고 있는 좋은 성분들을 다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2004년 미국 농무성의 과학자들은 100개 이상의 식품들을 연구한 결과 그중에서 사과·배·포도·감에 항산화 성분이 가장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항산화 성분이란 현대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활성산소의 작용을 막아주는 물질로서, 당뇨·심혈관 질환·암·치매 등과 같은 병을 예방해 줄 수 있는 생리적 활성을 가지고 있다. 사과와 배는 대표적인 가을철 과일로 당분이 상대적으로 적고 비타민·무기질과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며, 식이 섬유가 많다. 최상의 다이어트 식품인 셈이다. 또 혈당을 낮추고, 혈중 콜레스테롤의 축적을 막아줘 당뇨나 심혈관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적극 권장하는 과일이다. 가을의 정취가 가득 담긴 감은 유난히 색이 곱다. 감의 주황색은 바로 카로틴계 색소들로서 활성산소의 공격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성분이다. 또한 항암과 항염증 효과가 탁월한 카테킨 성분과 비타민 C와 B복합체, 무기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동물성 지방 섭취가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왜 심혈관 질환의 발병률이 낮을까에 대한 궁금증은 바로 적포도주를 마시는 식습관에서 풀렸다. 포도주와 포도에 함유된 레스베라트롤이라는 성분이 심장을 보호하고, 나아가서 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치매를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껍질 부분에 이러한 성분이 많은데 우리나라 머루 포도의 색이 유난히 짙은 이유는 항산화 성분이 농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식사 후 입가심으로 먹는 제철 과일은 치아에 대한 세척 효과도 있다. 또 포만감과 함께 건강을 지키는 다양한 영양소와 생리활성 물질들을 제공함으로써 고열량·고지방 식이로 건강을 해치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한 맞춤 건강 식품이 된다. 제철 과일을 매일 섭취하는 좋은 습관이야말로 건강한 100세 시대를 보증하는 가장 확실한 건강 지킴이임을 명심하자.

윤선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