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터넷은 보안법이 무력한 곳'

중앙일보

입력

노무현 대통령 취임 하루 전 북한군이 동해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취임일에 우리 합참이 북한의 대남심리전 강화를 발표했다.

우리의 대북 인식체계에 경각심을 한층 높여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북한의 미사일발사는 우리 당국 및 일본 측에 따르면 일단 연례적 군사훈련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북 평화.번영정책을 선언한 노무현 정부의 출범에 맞춰 북한이 꼭 재를 뿌리듯 미사일을 발사해야 할 필요가 있었겠는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마치 월드컵 막바지에 서해도발을 감행했던 작태를 연상시킨다.

북한의 본질에 대한 회의를 한층 더 느끼게 한 것은 우리 합참의 발표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대남선동과 반미의 심리전을 강화하는 한편 우리의 인터넷 공간을 적극 활용한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

북한은 "인터넷은 국가보안법이 무력화된 특별공간" "인터넷 게시판은 항일유격대가 다루던 총과 같은 무기"라는 개념으로 우리의 국론분열과 사회혼란을 획책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0~20대를 집중 공략의 대상으로 삼아 반미정서의 확산을 꾀하는 한편 김정일을 통일 대통령으로 선전하려는 북측 선전선동술에 우리의 인터넷공간이 활용된다는 것은 충격 그 자체다. 이를 알고도 지금까지 왜 방치했는지 참으로 한심하다. 과연 정부다운 정부를 꾸려갈 의지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합참이 달마다 해오던 이 분석발표를 2000년 3월 이후 중단했다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재개한 것에 우리는 주목한다. 합참의 이 발표는 김대중 정부의 북한변화론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토대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것은 군이 집권자 눈치보기에서 이제 벗어나 국가안보태세를 확립하려는 뒤늦은 자각이라고도 볼 수 있다.

북한의 본질이 변하지 않은 이상 군은 빈틈없는 안보태세를 가다듬어야 하고, 관련부서는 북한의 선전선동술을 적극 차단해 내부 분란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국방과 안보가 더 이상 정치의 종속변수로 취급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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