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정부 기구 개편 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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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팽창하는 행정 수요와 제3차 경제 개발 등에 대비하고, 부정 부패를 예방, 행정을 효율화·과학화하기 위해 정부 기구의 대폭적인 개편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행정 개혁 조사 위는 그 동안 1년간에 걸쳐 전국의 지방관서와 특별 지방 관서를 실지 답사한 결과를 종합하여 행정 기관의 조직 및 정원 정비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였는바, 정부 기구 개편 안은 이를 토대로 마련된 것으로 보이며, 곧 절차를 밟아 내년부터 시행할 것이라 한다.
개편 안을 보면, ①보건사회부·노동청·원호 처 등을 후생 부·노동부·보건청으로 개편하고 ②국세청의 국세 심사 위원회를 폐지하는 대신 조세 심판 소를 신설하며 ③과학기술처의 외 청으로 기술 개발 청을 신설하여 상공부의 특허 국·계량 국·표준국·국립 공업 연구소 및 국립 광업 연구소를 흡수하며 ④내무부 지방 국과 치안 국에 각각 부국장 제를 신설하고 ⑤원자력 청에 차장 제도와 원자력 연수원을 신설하고 ⑥조달청에 관리국을 신설하고 ⑦철도청에 노사 관리관을 신설하고 ⑧교통부의 해사 행정 특별 심의 위원회를 폐지하고 ⑨문화공보부에 해외 국을 신설하는 것 등이 그 골자이다.
이러한 정부 기구 개편 안은 사회 복지 기능의 확대에 따라 필연적으로 요청되는 사회 행정의 능률화·효율화를 기하고 복지 행정의 통합과 보건 행정의 분리 등을 기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안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현재 사회 복지 행정은 보사부· 노동청·원호 처의 3개 부처·청에서 관장되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시책이 어렵고, 기구의 분산으로 예산과 인원의 낭비가 수반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2백만 근로자의 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청이 보사부의 외 청으로 돼 있어, 인원과 예산이 부족하여 근로 감독조차 옳게 못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노동청의 부 승격은 절실히 요망된다고 하겠다. 이 점에서 후생 부·노동부·보건청의 분리는 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국세청의 국세 심사 위원회를 폐지하고 조세 심판 소를 설치하는 것은 합리적인 것 같으나 이왕이면 조세 심판 소 대신에 조세 재판소를 설치하는 것이 국민의 이익 옹호에 보다 효율적일 것이요, 미국·독일에서도 조세 심판 소는 사법 기관으로 되어 있기에 세계적인 추세에도 합치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서 강조해야 할 것은 현재의 공무원만으로도 그 절대 수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5·16 이전의 공무원 총수는 23만7천5백 명에 불과했는데 69년도의 공무원 총수는 39만7천4백40명으로 늘어났다. 그 동안 행정 영역이 확대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나, 이처럼 급격한 공무원 수의 팽창이 꼭 필요한 것인지는 깊이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 정부는 그밖에도 오는 76년까지의 6년 동안 다시 33만 명을 증원할 예정이라고 하는 바,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 거듭 정부의 재고를 요구한다. 특히 5·16 이전에는 1급 이상 공무원이 십지로 꼽을 정도였음에 반하여, 오늘날 1급 이상 공무원은 그 10배가 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하겠으며, 그러한 추세는 3급 이상 고급 공무원의 증가 실태를 가지고도 지적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정부 기구의 개편에 있어 중요한 것은 공무원의 수를 늘리지 말고, 현 정원 내에서 기구를 개편하되, 그들의 대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사무 능률의 향상 방안을 연구해야한다는 점일 것이다.
유능한 공무원은 봉급이 적어 무더기로 이직하고, 그렇지 못한 자들이 남아 부정 부패를 일삼거나 놀고만 있는 사태를 그대로 두고서는 범 백의 정부 기구 개편 안도 국리민복의 향상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증원 예산을 현 공무원의 보수 개선용으로 돌려 공무원의 사기를 앙양하고 공무원이 타직 보다도 낫다고 인식하게 하여 이직을 막고, 부정 부패·무사안일주의 공무원은 가차없이 도태하고 신상필벌 주의에 따라 능률을 올리도록 해야 할 것임을 거듭 강조한다. 우리는 공무원의 사명감만 고취되면 현 정원으로써도 얼마든지 행정 수요의 팽창에 대응할 수 있을 것임을 지적하고 정부의 현찰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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