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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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영국에서는 내년 1월부터 정식으로 문을 열게될「오픈·유니버시티」(방송 대학)에 대한 마지막 손질을 서두르고 있는 모양이다.
『최대수의 시민에게 최소의 학비로 최고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마련한다』는 것이 그 취지라 한다.
이런 것이 오늘의 교육의 이상이라면 텔리비젼을 통해서 누구 나가 방안에서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바람직한 일은 없다. 이래서 방송 대학은「미래 대학」이라는 말까지 듣는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어느 만큼의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만큼 실험적인 것이다.
실험은 어떠한 것이나 모두 실패와 위험성이 따르는 것을 예상해야 한다. 시행착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교육에 있어서 만은 실험성의 리스크를 최대한으로 줄여야한다. 여기에 바로 교육의 어려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리스크를 최대한으로 제거하기 위해서 영국 정부는 5년 이상의 준비 기간을 두었다. 돈도 약 40억 원을 들였다 한다.
확실히 방송 대학은 대학 교육을 받을 기회를 놓친 사람들을 위해서나. 또는 직업인의 재교육을 위해서나 가장 안성마춤이다.
우리 문교부가 지난 68년 10월에 방송 통신 대학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때에는 이 대학의 운영을 69년도부터 실시하겠다고 했었다. 그게 어느 사이엔 가 흐지부지되어 지금은 그 뒤 소식조차 들을 수 없게 됐다. 좋게 보면 그만큼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도 있겠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내후년 봄부터 방송 대학을 열기 위해서 작년부터 준비 조사 회를 만들었고, 각종 심의 회도 가졌다. 예산도 벌써 4, 5백억 원을 짜놓고 있다. 이만한 준비로도 염려가 되어 당초의 예정을 1, 2년 늦추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방송 통신 대학은 내년엔 꼭 열게 되리라는 얘기도 있다. 우선 문이라도 열어 놓고 보자는 추측에서 나온 말인지도 모른다.
굳이 방송 대학에 관한 얘기만이 아니다. 우리네 행정에 관한 법령 중에서 몇 할이 제 구실을 다하고 있는지? 방송 통신대학도 결국 사장되고 마는 것은 아닌지? 아무래도 문을 열 수도, 안 열 수도 없는 딱한 처지에 있는 것이 교육법 시행령에까지 규정해 놓은 방송대학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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