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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3·1절 별도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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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 핵 위기와 주한 미군 철수 등을 놓고 대립해온 보수.진보세력이 3.1절을 맞아 각각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기로 한 가운데 사회원로와 종교.학계 대표 등 중도 인사들이 사회 단합을 호소하는 성명을 냈다.

김수환 추기경과 서영훈 적십자사 총재, 한승헌 변호사, 서경석 경실련 집행위원장 등 1백88명은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핵 문제 등을 둘러싸고 국민 의견이 양분되고 3.1절에도 서로 상반되는 대중집회가 계획돼 있어 한반도 위기가 더 격화할 수 있다"며 사회 양분화를 우려했다.


김수환 추기경((左)에서 넷째)을 비롯한 시민사회대표들이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반전.반핵과 평화를 위한 성명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김성훈 중앙대 교수.김지길 목사.송월주 스님.김추기경.강원룡 목사.서영훈 적십자사총재.강문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박청수 원불교 교무.박영숙 환경정책연구소장.박명광 경희대 교수. [변선구 기자]

이들은 "북한 핵 의혹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의견과 미국의 대북 강경노선 및 경제봉쇄에 있다는 의견으로 국민들의 생각이 둘로 나뉘어져 있다"면서 "북에 대해 적대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나 반대로 북한 핵을 민족 공동 소유로 여겨 북에 핵이 있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은 모두 극단적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어떤 이유에서든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전제한 뒤 "우리 국민은 전쟁과 핵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키는데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며 격한 대립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앞서 노재봉 전 총리, 이상훈 재향군인회 회장 등 보수인사 48명은 지난 24일 시국선언을 통해 "노무현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미국 정부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김정일 정권과 한국 내 북한 추종세력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3.1절 정오 '반핵 반김 3.1절 국민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이 집회에는 재향군인회와 민족복음화운동본부 등 47개 보수단체 회원 10만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경찰은 전망했다.

반면 민족화해협의회와 한국종교인평화회의는 같은 날 북측인사 1백명을 초청한 가운데 '평화통일을 위한 3.1 민족대회'(장소 미정)를 개최한다.

여중생사건 범국민대책위도 같은 날 오후 5시 탑골공원에서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대회를 열고 광화문까지 촛불행진을 하기로 해 보수.진보 진영의 마찰이 예상된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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