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안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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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털리비젼」이 안 팔린다. 정부가 지금까지 사치품으로 여겨오던 「텔리비젼」을 생활 필수품으로 규정, 소비를 권장하기 위해 물품세율을 대폭 인하해서 값을 내리기로 했다는 발표가 있은 뒤부터 시중 「텔리비젼」거래는 거의 끊겨 버렸다. 30일 서울시내 세운상가와 각 백화점, 을지로·종로·남대문시장 일대 각 「메이커」의 「텔리비젼」대리점에 의하면 멀지 않아 「텔리비젼」 값이 뚝 떨어질거라는 소문 때문에 벌써 1주일째 한대도 팔리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각 대리점들은 「메이커」들을 상대로 재고품 반납절차를 밟고있다.
금성TV 대리점인 종로2가 금성가전 「센터」에서는 「텔리비젼」 값 인하 방침이 발표되기 전 하루평균 2대, 매달 60대 가량씩을 월부 또는 현금으로 처분했었으나 지난 23일 이후 한대도 팔지 못했으며 을지로3가의 금성「센터」는 매달 1백대 이상 팔리던 것이 지금은 완전히 끊긴 채 『언제 값이 내리느냐』 아니면 『얼마나 떨어질 것이냐』고 묻는 손님만 간혹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사정은 시내 백화점 1층 동남「사프」 TV 「센터」, 남대문로의 대한전선 직매부 등 다른 회사 대리점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금성사는 지난 27일부터 시내 20여개 대리점으로부터 재고품을 반납 받기 시작했으며 대한전선도 30일 아침 반납방침을 전국대리점에 통고했다.
신품거래가 두절됨을 계기로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한 청계천 일대 전기제품상가의 중고품거래도 끊어졌으며 간혹 「안테나」와 보안경 등 부속품을 찾는 고객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정부는 현재 20「인치」미만 50%, 20「인치」이상 65%인 「텔러비젼」물품세율을 19「인치」기준 50%에서 20%선까지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당 8만9천7백원하는 금성 19「인치」의 경우 물품세가 약 3만원이기 때문에 세율을20%로 인하하게 되면 약 2만원이 싸진다.
물품세율 인하 작업에 있어서 재무부는 세수결함을 우려하고 있으나 상공부는 「텔리비젼」값이 대당 2만원가량 싸지면 현재 연간 10만대 규모에 불과한 「텔리비젼」수요가 30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세수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텔리비젼」 물품세율은 15%이며 대만은 10%다. 그런데 「텔리비젼」 물품세율을 인하하려면 먼저 세법개정안을 마련,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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