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자제품의 가격인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상공당국은 최근 TV 등 각종 전자제품의 가격을 인하, 내수기반을 확충함으로써 전자공업의 대외경쟁력을 제고시키는 한편, 합작업체에 대한 일정비율의 시판을 허용, 수출유인을 주는 두가지 주요한 정책적 단안을 내렸다.
이를 위해 당국은 전자부품제조용 소재에 대한 특관세를 면제하며 시판제품이 물가세를 인하키로 결정, 관계부처간에 구체적 세율조정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러한 정책전환의 배경에는 지금까지 사치성 품목으로 다루어온 전자제품을 앞으로는 생필품으로 간주, 그 소비를 적극 유도함으로써 침체한 전자공업분야에 활기를 불어넣어 이를 수출전략 산업으로 육성해 가려는 차원 높은 산업정책적 의도가 잠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알다시피 고도의 기술 집약적 산업인 전자공업은 기술혁신 템포가 극히 빠르며, 이들 개발된 기술에 철저한 기밀의 장벽이 쳐지고, 특히 광범위한 대중소비 기반에 바탕을 둔 양산체제를 기본적 성립요건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연관 기술을 자력에 의해 거의 개발하지 못하고, 그 도입 역시 부진한 상태에 있을 뿐 아니라 고세율-고가격의 장벽 때문에 소비가 한정되어 지금까지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이를테면 경제단위에 미급한 시설규모가 원가고 요인을 조성, 내수를 줄이고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킴으로써 부실경영에 빠진 수많은 차관사업들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전자공업은 발명의 단서를 얻지 못했던 셈이다.
때문에 이 분야의 내국인 업체는 단순한 수입부품의 조립에 머무르고, 외국인단독투자업체는 가공업이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한정된 내수에 매달리거나 외국 본 공장의 가공작업장에 불과한 위치에 안주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단안은 첫째, 전자제품의 수요계층이 양적으로 피라밋형을 이룬다는 점에 착안, 별 다른 세수감소 없이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전자 공업발전의 자극제가 되게 하려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서 수출에다 초점을 가누고 세제와 산업정책을 본격적으로 링크 시키려는 것으로 극히 타당한 조치로 평가된다. 둘째로, 합작업체의 시판허용은 현 단계의 국내 전자공업이 당면하는 해외판로개척 및 기술 사이드에서 불가피한 대외의존의 필요성, 그리고 최신 노우하우(기술)의 신속한 도입을 위해서도 적절한 것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특히 최근 미국 안에서 나타난 일본전자제품의 덤핑 규제를 위한 제반제약으로 해서 일본의 전자업계가 사실상의 본 공장을 발전도상국에 이전, 그 제품을 간접 수출하려는 움직임과 견주어서도 우리는 세제를 비롯한 투자여건면에서 대만·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경쟁국에 뒤지지 않는 환경을 정비 조성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이번에 표방된 일련의 전자공업 육성시책은 『다섯을 주고 열을 얻는』고차원의 포석으로서 시의를 얻은 것이라 할 것이다.
다만 유념해야할 것은 외자수치와 기술도입이 비약을 위한 방편 일뿐, 궁극적으로는 연관기술의 토착화를 통해 전자공업의 자립화를 단계적으로 지향해 나가야 된다는 점이다.
끝으로 우리는 당국이 이 기회에 비단 전자공업 뿐 아니라 다른 주요산업분야에서도 목전의 사소한 문제들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거시적 안목으로 그 국제화 전략을 과감히 밀고 나갈 것을 당부하고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