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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 금호산업 등기이사 선임 … 경영 전면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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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박삼구

박삼구(68)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경영 전면에 나서기로 했다. 금호산업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박 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이 안건은 11월 5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박 회장은 그동안 공식 직함 없이 채권단의 암묵적인 동의 아래 금호산업 경영권을 행사해 왔다. 최근 금호산업 부채 일부를 출자전환하는 방안이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박 회장이 어떤 묘책으로 그룹 정상화에 나설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호산업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유동성 위기 당시 워크아웃이 결정돼 지금까지 채권단 관리하에 있다. 금호산업은 현재 장기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자본잠식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채권단은 최근 그룹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790억원 규모의 금호산업 기업어음을 출자전환해 자본을 확충한다는 내용의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일었다. 현행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의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 주식을 보유하면 상호출자 관계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17일 출자전환 방안에 대해 “위법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 지분 13%를 취득하고, 금호산업은 채무 790억원을 탕감받아 자본잠식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회장이 금호산업의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정상화 작업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도 채권단에 “경영 정상화에 실패하면 금호산업과 관련된 모든 지분을 포기하겠다”고 밝히는 등 배수진을 친 것으로 알려져 정상화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 측이 출자전환에 반대한 바 있다. 금호석화 측은 “부실 계열사의 부채를 출자전환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이 새로운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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