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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신문 "이설주 추문설" … 뒤숭숭한 평양 … 외교관 자녀는 귀국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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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부인 이설주가 지난 15일 평양에서 아시안컵 역도 선수권대회를 관람했다. 헤어 스타일을 짧게 바꾸고 반지를 끼고 나왔다. [평양 로이터=뉴스1]

평양이 뒤숭숭하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부인 이설주의 성추문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다. 북한은 22일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을 통해 “어용 매체들을 통해 감히 우리의 최고 존엄을 비방중상하는 모략적 악담질을 거리낌없이 해대고 있다. 용납할 수 없는 특대형 도발이자 천인공노할 범죄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관과 해외파견 주재관 자녀에 대한 소환령까지 내려졌다. 소환령은 평양 엘리트층의 불만이 급증함에 따라 내부 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음란물 예술단원, 이설주 언급”

 아사히신문은 21일 탈북한 북한 고위 관리 등의 말을 인용해 은하수 관현악단과 왕재산 예술단 단원 9명이 포르노를 제작했으며, 북한 경찰 인민 보안부가 이들의 대화를 도청하던 중 “이설주도 예전에는 우리들처럼 놀고 있었다”는 발언을 입수했다고 전했다. 이후 관련 소문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이 지난 8월 20일 관련자 9명을 재판 없이 평양시 외곽에 있는 강건 군관학교 연병장에서 총살했다는 것이다. 2009년 5월에 창단된 은하수 관현악단은 전자악기와 독창가수, 중창단, 합창단 등 100여 명으로 구성돼 김정은 체제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왔다. 이설주도 2011년까지 은하수 관현악단에서 가수로 활동했었다. 왕재산 예술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83년 창작가, 음악·무용가 등을 모아 만든 북한의 대표적 예술단체다.

 2008년 탈북한 북한군 장교 출신 장세율 북한인민해방전선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달부터 주요 예술단원들의 음란 영상물이 중국으로 팔려 부를 쌓았다는 소문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 돌았다”며 “최근에 은하수 악단이 일부 연루돼 몇몇이 극형을 당하고 강제 추방당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북한주민들은 이설주가 연관되었는지보다 권력에 호가호위하며 돈을 벌어온 예술단원 처형에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데일리NK 등 북한 관련 단체들은 지난달 말 북한 최고의 바이올린 연주자 문경진 은하수 관현악단 단장과 김정은의 애인이었던 가수 현송월 등의 처형설을 전하며 중국 동북 3성에 예술단 관련 음란 영상물이 유통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오늘 북남관계가 또다시 엄중한 사태에 직면하게 된 것은 괴뢰패당이 보수 언론의 사환꾼들을 내몰아 온갖 비열하고 너절한 모략과 날조의 궤변들을 계속 줴치게 한 것과도 관련된다”며 이산가족 상봉 연기 등 남북관계가 경색된 이유로 이설주 관련 보도를 언급했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는 “북한 입장에선 최고존엄 모독을 명분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할 수 있게 됐다”며 “아직까지 내부사정이 불안한 북한이 상봉대상자에 대한 정신교육 등 내부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검열 강화로 엘리트층 불안 확산

 북한은 최근 내부단속을 강화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 대표는 “유엔 제재 등이 심해지며 해외 일꾼에게 요구되는 외화벌이 할당량이 높아졌다”며 “불만이 높아지자 자식을 인질로 잡아 충성심을 테스트하고 고위급을 다잡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도 “주민들에게 인기를 얻으려는 김정은이 배급을 정상화하는 동시에 특권층 때리기를 강조하고 있다”며 “간부들에 대한 검열사업과 생활조사 등이 강화되며 엘리트 계층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는 추이”라고 말했다. 권력실권자가 자주 교체되는 상황에서 고위층의 눈치보기와 내부불만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최성용 납북자 가족모임 대표는 “북한이 마식령스키장 건설, 평양 대형 물놀이장 공사 등 초대형 체제 선전성 사업을 진행하며 자칫 민심마저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산가족 상봉 연기나 금강산 회담 연기 등은 내부불안정 요소해결이 시급한 북한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랜드연구소의 국방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연구원는 20일(현지시간) ‘북한의 붕괴 가능성 대비 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김정은이 이끄는 북한 정권이 스스로 해체되거나 다양한 내부 엘리트 집단의 반대에 직면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심각한 식량 및 의약품 부족 위기가 북한 정권의 붕괴로 더 악화될 수도 있다”며 “한·미가 급박한 북한 상황악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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