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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첨단 제철기술 '파이넥스' 중국에 첫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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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경북 포항에 있는 포스코 파이넥스 일관제철소에서 방열복을 입은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포스코는 22일 중국 국영회사인 충칭(重慶)강철집단과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충칭에 연산 300만t 규모의 파이넥스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중앙포토]

포스코가 파이넥스(FINEX) 기술 기반의 일관제철소를 해외에 처음 수출한다. 특히 건설 예정지가 중국 서부 대개발의 핵심 도시인 충칭(重慶)이어서 포스코가 장기 부진을 타개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22일 중국 충칭시 유주호텔에서 중국 국영철강회사인 충칭강철집단과 연산 300만t 규모의 파이넥스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합작협약(MO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김준식 포스코 사장, 쑨정차이(孫政才) 충칭시 서기, 주젠파이(朱建派) 충칭강철 사장 등이 참석했다.

 포스코와 충칭강철은 이날 50대 50 지분으로 한 해 30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파이넥스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관제철소에 대한 포스코의 투자 규모가 1조5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본다. 두 회사는 2011년 7월 파이넥스 공법으로 제철소를 짓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MOA는 지난 2년여에 걸친 타당성 검토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중국 중앙정부의 비준, 한국 정부의 기술 수출 승인 등을 마치면 내년 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넥스는 포스코가 2007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첨단 제철 공법이다. 지난 100여 년간 이어져 온 기존 고로(高爐)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공법으로 불린다. 이번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포스코는 향후 세계 각국으로 파이넥스 제철소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포스코가 진출하는 충칭은 서부 내륙 12개 성(省) 중에서도 쓰촨(四川)·산시(陝西)성과 함께 핵심 3대 경제권으로 불리는 곳이다. 최근 3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12.4%로 중국 평균(9.2%)을 3%포인트 이상 웃돈다. 국내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1995년 금호아시아나가 고속버스 사업을 시작했고, 현대자동차·한국타이어·SK·LG 등 20여 개 기업이 터를 잡고 있다.

 중국 경제전문지 ‘중국기업가’의 쿵더하이(孔德海) 주임은 “앞으로도 두 자릿수 성장률이 전망되는 지역”이라며 “특히 충칭은 중국 3대 자동차 도시로 철강 수요가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 쓰촨성 쯔양시에 6000억원을 투입해 한·중 합작 상용차 공장을 착공한 데 이어 제4공장을 서부 내륙에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같은 시장 추세를 반영해 포스코와 충칭강철은 이날 자동차용 냉연 합작사업을 공동으로 검토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충칭지역 자동차산업의 빠른 성장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충칭 제철소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최근 수년간 실적 악화와 구조적 불황으로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포스코로서는 새로운 탈출구를 찾는 셈이다. 정준양 회장은 이날 MOA에서 축사를 통해 “파이넥스 기술이 중국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파이넥스 공법은 해외 수출 때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이 변수다. 파이넥스는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50개 국가 핵심기술로, 해외에 생산기지를 지으려면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부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급 과잉인 중국 시장에서 이익을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중국 철강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 대신 기술 유출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재 기자

◆ 파이넥스(FINEX) 공법 철광석과 유연탄을 덩어리로 만드는 소결 공정을 거친 뒤에야 제철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기존 공법과 달리 가루형태 그대로 용광로에 넣어 쇳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공법. 기존 공법보다 원료 구입비와 설비 건설 및 관리비용이 저렴하고 공해물질도 적게 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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