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양적완화 축소 겁낼 것 없다 … 외국인 눈으로 보면 지금은 한국 주식 살 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구재상 대표. [뉴시스]

코스피가 유례없이 오래 휴장한 이번 추석 연휴 동안 미국에선 ‘양적완화 축소 연기’라는 빅 이벤트가 있었다. 현지시간으로 18일에 있었던 일이다. 글로벌 증시는 19일 반짝 특수를 누리곤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은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당장의 위기는 모면했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정해진 수순입니다.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지금은 한국 주식을 살 때니 말입니다.”

코스피 1800 밑돌 때도 “오른다”

 개장을 하루 앞둔 22일 구재상(49)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구 대표가 “코스피는 오른다”고 이야기하고 다닌 건 케이클라비스를 창업한 지난 6월부터다. 당시 코스피는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세계 최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뱅가드가 한국을 신흥국 그룹에서 제외하면서 대규모 외국자금 이탈로 홍역을 앓은 한국 증시가 이번엔 양적완화 축소를 암시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으로 1800 밑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코스피는 오른다”는 구 대표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은 건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석 달 뒤 코스피는 2000을 돌파했다. 구 대표는 한술 더 떴다.

“내년 1년간은 더 오를 겁니다. 박스권을 뚫고 올라갈 거예요.”

 그가 이렇게 말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시장을 외국인의 눈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는 “코스피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동안 12조원어치를 팔았던 외국인이 최근 3개월 사이 10조원어치를 사들였다”며 “하지만 이 3개월간 대부분 신흥국 시장에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와 불확실성 측면에서 보면 지난 6월과 달라진 게 없지만 거기에 대응하는 외국인투자자의 태도는 달라졌다는 얘기다.

“박스권 뚫고 1년간은 더 오를 것”

 -그게 무슨 소린가.

 “인도네시아·인도발 외환위기 가능성이 불거졌던 지난달 이후 외국인투자자들은 신흥국을 분류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기초체력이 튼튼한 신흥국과 그렇지 않은 신흥국으로 말이다. 경상수지가 흑자냐 적자냐, 어느 정도의 외환보유액을 확보하고 있느냐 아니냐, 경제가 제조업 기반으로 이뤄져 있느냐 아니냐 등이 그 기준이다. 한국은 전자에 해당한다. 신흥국 중에서도 투자 매력도가 높은 나라에 속하는 것이다. 양적완화 축소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한 건 그래서다.”

 -이달 초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성장동력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맞다. 경제 성장의 동인은 신흥국에서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국으로 옮겨 갔다. 그러나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선진국 시장은 여전히 비싸다. 고평가돼 있다는 말이다. 반면 한국 시장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

 -하지만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자금이 선진국으로 쏠릴 텐데 신흥국인 한국에 타격이 없을 수가 있나.

 “당장은 미뤄졌지만 양적완화 축소 자체를 안 할 순 없다. 연내 시작될 것이다. 그러면 신흥국에 들어왔던 돈은 자연히 빠지게 된다. 그런데 그 돈이 다 선진국 시장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을 수 없는 건 외국인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선진국과 함께 바구니 안에 들어갈 계란은 어딜까.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 수혜를 입을 제조업 기반의 신흥국이다. 파이낸셜타임스 가 ‘코렉시코’라는 말로 ‘한국과 멕시코에 주목하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경제 살아나기 시작하면 제조업 기반 신흥국들 수혜"

-특별히 눈여겨보는 업종이 있나.

 “조선·화학·철강·건설 등이다. 당장은 업황이 어렵지만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 이익이 늘어날 업종들이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혔던 최근 3~4년을 보면 삼성전자·현대기아차 외엔 코스피 상승을 이끌 만한 종목이 없었다. 그러나 이 두 종목이 꾸준히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앞서 지목한 업종들이 오르기 시작하면 코스피가 박스권을 탈피할 것이다. 이들 업종은 2005년 1000에도 못 미치던 코스피를 2008년 2000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그의 전망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그는 “내 성적표를 보면 어떻겠느냐”며 “창업 초기부터 운영 중인 한 기관 계좌는 13%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고 자문을 맡고 있는 증권사 랩 상품의 경우 10%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절대적인 수치보다는 같은 기간 코스피 성장을 웃도는 수익을 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 출신인 구 대표는 “케이클라비스 창업 직전인 5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만나 식사도 했다”고 소개하며 미래에셋을 나온 이유에 대해 “미래에셋에서 내가 할 일은 다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내 회사를 운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답했다.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 같습니다. ‘알파(추가 수익률)의 종말’이란 말도 있더군요. 신뢰를 되찾으려면 높은 수익률보단 꾸준한 수익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걸 해 보고 싶었습니다.”

정선언 기자

◆구재상
1997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을 떠나 15년간 미래에셋의 운용을 책임졌다. 그가 운용하던 주식형 펀드 자금이 70조원에 달하던 때도 있었다. ‘미스터펀드’라는 별명도 그때 생겼다. 지난해 10월 미래에셋을 떠나 올해 6월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을 설립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