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옴부즈맨 코너] 한가위 분위기 물씬 풍긴 달항아리 기획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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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호 30면

9월 15일자 중앙SUNDAY 1면 ‘달항아리의 탄생’ 사진은 한가위 냄새를 물씬 풍겼다. 가마에서 갓 구워져 나온 듯한 달항아리들이 풍성한 보름달을 닮아 보이는 것은 추석을 앞둬서인가 보다. 14~15면 기사에서 달항아리 탄생 과정을 ‘흙·물·불·바람’의 4개 장(章)으로 나눈 것도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글에 리듬감을 더해줬다. 특히 도자기를 굽는 과정에서 신현철 명장이 들려준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장인이 품고 있는 ‘도예 철학’에 감탄했다.

 신현철 명장이 가마에서 달항아리를 꺼내는 모습을 담은 ‘와이드샷’도 독특한 느낌을 주는 사진이었다. 사진기자가 정말 가마 안에 들어간 것인지, 가마 뒤편에 있는 구멍을 통해 촬영한 것인지, 가마에 들어갔다면 느낌이 어땠는지 등이 궁금했다. 앞으로는 ‘와이드샷’에서 사진기자들의 촬영 에피소드를 읽을 수 있으면 더욱 재밌을 것 같다.

 1면에 실린 ‘청와대서 채 총장 혼외 아들 확인’ 기사는 한쪽 시각만 의도적으로 부각시킨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것은 청와대·국정원이 자신들에게 ‘눈엣가시’였던 채 총장을 밀어내기 위해 혼외 아들 문제를 언론을 통해 여론화시켰는지 여부일 것이다. 그런데 기사는 마치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는 청와대와 법무부의 입장만 전하는 듯해 아쉬웠다.

‘유전자 감식 친자 확인 어떻게 하나’ 기사는 친자 확인 업체의 대목이 추석 명절이나 설 직후라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줬다. 하지만 공직자의 사생활 문제와 공적인 영역을 연관 짓는 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룰 것인지, 공직자 사생활 문제가 불거졌을 때 어떻게 인식하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를 너무 짧게 언급한 점은 아쉬웠다.

 3면에 실린 ‘프란체스카 여사, 오스트리아 유력 정치인 집안과 친척’ 기사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를 등장시킨 흥미로운 기사였다. 5년 전 오스트리아 일간지에 보도됐던 내용이 중앙SUNADY를 통해 한국에 처음 알려진 것 같다. 이런 사실이 역사학적으로 추가될 또 하나의 사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6단계만 거치면 지구촌 모든 사람과 연결된다는 요즘 세상에, 생전에 전혀 교류가 없었던 오스트리아 유명 정치인과 9촌 친척이라는 사실이 너무 중요하게 다뤄진 듯하다. 프란체스카 여사를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그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만난 이후 또는 영부인으로서 어떻게 살았는지 짧게 설명을 추가했다면 더욱 친절한 기사가 됐을 것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주공아파트’ 기사는 재건축 예정인 주공아파트를 둘러싼 시대적 의미와 도시계획 역사를 잘 버무린 재미난 기사였다. 직장인이 자신의 고향인 주공아파트가 사라질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잡지를 발간하고 이에 호응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유희연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문화일보 정치부·사회부·국제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 전업주부로 여섯 살, 세 살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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