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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의 벽 뚫은 교사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한교련이 주최한 제14회 전국교육연구대회가 12, 13일의 양일간 전국 각급 학교교사 6백여 명의 참석 리에 개최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내건 「캐치프레이즈」인 『칠판교육의 장벽을 뚫자』라는 구호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연구발표자(초등 65명·중등 36명)들은 그동안 그들이 현장교육의 체험을 통해 연구해낸 교육방법의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그들 자신이 창의를 통해 개발한 각 교과별 교육보조자료들을 전시함으로써 우리나라 교육현대화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리라고 한다.
원래, 일선 교육자들에 의한 이와 같은 연구활동은 교육의 전문성이 강조되는 오늘날 교사로서의 당연한 노력의 표현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우수한 연구교사들에 대해서는 특별히 후한 포상과 함께 그 성과를 전국적으로 보급시키는 국가적 권장이 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한국의 교사들의 주당 담당시간 수나 그 1인당 담당 학생수비율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엄청나게 많고, 이들에 대한 처우가 너무도 낮아 그들의 사기가 일반적으로 극히 저조하다는 것은 오늘날 공지의 사실이라 할 것인데, 이런 상황하에서 교사가 자신의 창의와 노력만으로 새로운 교육방법을 개발하고,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가면서 필요한 교육자료들을 수집·제작한다는 것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닐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에 있어서는 이른바 「교육공학」이라는 말로써 표현되는 교육방법의 혁신이 거의 일반화했고, 각종 교육기재의 개발과 그 활용에 대해서도 국가기관 또는 대학 등이 주동이 된 광범한 연구가 행해짐으로써 일선교사들이 끊임없이 이들로부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뿐만 아니라, 각급 학교마다 웬만한 참고도서나 교육보조기구는 모두 갖추게 됨으로써 교사의 연구활동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되기도 할 것이다.
이에 비하여 이 모든 조건이 거의 영이나 다름없는 한국의 일선교사들에게 있어서는 단순히 그들에게 부과된 과중한 부담을 덜면서 능률적인 교과지도를 하기 위해서만도, 특히 한국적 상황에 적합한 효과적인 교수방법과 교육용보조기구의 개발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켜 줄 외부로부터의 도움이나 객관적 조건은 거의 망각되다시피 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회가 우리 나라 초·중·고등학교의 정규교과과정에 따른 13개 교과를 총망라하여 각 영역별로 행해진 우수한 현장연구와 결과를 발표케 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연구의 창의성·공헌도·연구내용 등이 우수한 개인과 시·도에 대해 몇 가지 포상계획을 가졌다는 것은 적절한 일이라 생각된다.
문교부로서도 모든 어려움을 무릅쓰고 스스로 사도의 모범을 보인 이들 일선교사들을 처우함에 있어 조금이라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산하단체의 주최행사라 하여 형식적으로 표창장이나 주고, 체면치레를 때웠다고 생각하는 식의 태도는 이제 마땅히 지양되어야할 것이다. 당연히 문교부 자체가 했어야할 연구를 불타는 사명감만으로 불우한 처지에 있는 일선교사들이 스스로 훌륭히 완수해낸 노고를 치하, 이들 일선교사에 대한 파격적인 포상대책을 세우는 일이야말로 우리나라 문교행정의 진일보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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