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새 총장의 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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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일 국무회의는 문교부가 제청한 한심석 박사를 제11대 서울대 총장으로 임명할 것을 의결했다고 한다.
문교부의 이번 제청은 전 총장 최문환 박사가 오랜 신병 끝에 10일로 임기 만료됨으로써 취해진 것인데, 「서울대학교 종합화 10개년 계획」의 추진 등 여러 난제가 산적해 있는 동 교의 앞날을 위해 신임 한 총장에 대한 기대는 결코 서울대학교 교수·학생 등 당사자들만의 것은 아닐 줄 안다.
신임 총장이 대통령에 의해 임명장을 받고 정식으로 취임하기까지에는 아직도 몇 가지 절차가 남아있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가 이념상으로나 실제 운영면에 있어 많은 곤란을 겪어야 할 국립 서울대학교의 책임자로서 적임으로 생각하는 이유를 개?? 함으로써 그에게 대한 지식사회 일반의 촉망을 여기 피력해 두고자 한다.
한 박사는 1938년 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전신인 경성제국 대학의학부를 졸업한 이래 계속 30여 년간을 동 교에 봉직한 것으로 알고있다. 그러므로 동교의 신임총장으로 한 박사가 추대되었다는 것은 해방전후를 통한 40유여 년의 동 교 역사를 통해 처음으로 모교출신을 총장 자리에 앉히게 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라 할 것이다.
최고 학부를 이끌어갈 총장이 반드시 동 교 출신이어야만 된다는 이유는 따로 없는 것이지만, 이념 공동체로서의 대학의 성격을 상기할 때, 동교 출신의 인재들이 계속 그 자리를 전승함으로써 전통의 일관성을 빛내 간다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또한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전 세계의 대학들이 장구한 연륜을 통해 쌓아 올리려고 하는 전통이라는 것은 과거·현재·미래에 걸쳐 면면히 계승·신장되어야 할 이념적 일체성을 말하는 것이며, 그것은 대학의 구성 요소로서 현재의「패컬리티」(교수) 및 학생뿐만 아니라, 일단 그 대학에 들어와 함께 그 대학이라는 이념공동체에 참여한 일이 있는 모든 동창생을 망라하여 「유니버시티·펠로쉽」이 성립되는 것으로서도 입증된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우리가 그 에게 대해 특별히 큰 기대를 거는 것은 그가 일제시대이래 줄곧 동 교에 몸을 담음으로써 동교가 적어도 물적 시설에 있어서 만은 최고학부로서 세계의 어느 대학과 비교해서도 거의 손색이 없는 연구환경을 갖추고 있던 왕년의 모습을 앞으로의 서울대학교 재건에 있어서도 최소한의 기준으로 삼아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모든 학술분야에 걸친 정기 간행물이「백·넘버」까지 빠짐없이 갖추어져 언제든지 교수·학생들의 열람에 공여 되었을 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 당사자들에게 정상적인 대학 교육과 연구활동을 가능케 하기 위한 정신적·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됨으로써 특히 도서시설에 있어서는 일본 전국을 통해서도 손꼽힐 만큼 완벽을 자랑했던 과거를 동교가 가지고 있었음을 한 박사는 상기할 것으로 안다. 오늘날처럼 일취월장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학문의 전당으로서 우리 나라 굴지의 국립대학인 서울대학교가 그 도서시설에 있어서조차 일제의 식민지 대학이라 불리우던 당시보다 형편없이 미지한 현 상태를 혁파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대학 교육개선론도 소상 누각에 지나지 않을 것임을 우리는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새 총장의 중책을 맡은 한 박사는 부원 관악산 기슭에 새로 세워질 웅대한「서울대학교 종합화 10개년 계획」의 추진을 위해 탁월한 행정력을 발휘해 줄 것을 크게 기대하는 바이지만, 우리는 앞으로 한국사회의 정신적 지도력의 모체가 될 서울대학교가 먼저 위에서 말한 최고학부로서 손색이 없는 교육·연구의 환경을 조성하는 문제에서부터 출발하여 미구한 장래에 모든 면에 걸쳐 동 교가 전 세계를 통해서도 유수한 최고학부로서의 명성을 번득할 수 있도록 훌륭한「리더쉽」을 발휘해 줄 것을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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