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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문제 싸고 입씨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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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와 관련해 청와대와 민주당 간엔 좁혀지지 않는 인식 차가 있다.

 이번 채 총장 문제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채 총장이 혼외(婚外) 아들이 있는지 여부, 또 하나는 채 총장 건이 조선일보 보도로 불거질 때부터 법무부 감찰이 이뤄질 때까지 청와대·국정원의 개입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현재 청와대는 전자를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고, 민주당은 후자를 부각하고 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15일 브리핑에서 ‘진실 규명’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수석이 말하는 ‘진실’은 채 총장이 사실상 감찰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와대가 즉각 채 총장에 대한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청와대가 채 총장을 내몰려고 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하면서 채 총장을 공무원 신분으로 묶어 두려는 포석이란 분석이 나왔다. 채 총장이 자연인 신분이 되면 감찰 조사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채 총장은 당초 16일로 예정됐던 퇴임식이 취소됐다. 채 총장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 퇴임식을 열 수 없었다.

 청와대가 ‘진실 규명’을 앞세우고 있는 데는 여러 정황상 채 총장이 혼외 아들을 두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채 총장이 입증하면 간단히 끝나는 문제다. 만약 입증을 못하면 책임은 채 총장에게 있다”고도 했다. 만약 혼외 아들이 맞다면 채 총장은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이 되고, 더욱이 검찰 수장으로 여러 차례 거짓말까지 한 게 되기 때문에 사태는 그것으로 진정될 것이라고 청와대는 보는 듯하다.

 반면에 민주당은 청와대·국정원 개입 여부에 포인트를 두고 밀어붙이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채 총장 사퇴를 ‘공포정치’로 정의했다. 회견에서 ‘어둠의 시대’ ‘음습’ 등의 표현은 물론 유신시대 줄자를 동원해 미니스커트를 단속했던 상황에 빗대어 “지금 미움과 증오의 ‘줄자’가 등장했다. 권력 마음에 안 드는 자가 있으면 느닷없이 잣대를 들이댄다”고 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 결정이 채 총장을 몰아내기 위한 권력 핵심부의 무리수였음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들이다.

 민주당은 채 총장 사퇴 이전에도 조선일보 보도에 등장한 ‘모자의 출국일, 가족관계등록부, 거주지, 아파트 입주자 카드’ 등의 출처에 초점을 맞췄다. 정보기관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자료에 어떻게 접근했는지를 문제 삼은 것이다.

 민주당은 결국 채 총장 문제를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과 연결시키려 한다. 채 총장에 대한 여권의 불쾌한 기류가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에 뿌리를 두고 있어 이번 사태가 청와대 핵심 인사들과 국정원의 검찰 총수에 대한 사실상 보복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한쪽만을 바라보는 양측의 충돌은 추석 민심을 겨냥한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신용호·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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