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글짓기 대회|박경용<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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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창 열을 띠기 시작한 갖가지 문화행사의 한 몫으로 어린이 글짓기대회가 자주 열리고 있다. 어린이 신문사며 문학단체가 독자적으로 벌이는 것들밖에도 다투어 열리는 숱한 지방문화제도 어린이 글짓기 대회(백일장)만은 예외 없이 곁들이고있어, 어린이 글짓기의 성시를 맞은 듯 한 느낌마저 준다.
그러나 이렇듯이 푸짐한 바깥 사정과는 달리, 그 실속은 보잘것없다는 것이 뜻 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직도 글짓기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과 관심이 지극히 얕은데서 오는 결과이다.
그림 그리기 대회와 글짓기 대회를 함께 연중행사로 삼고 있는 어느 일간 어린이 신문사의 경우, 두 분야에 참가하는 인원수의 차이가 비교의 여지없이 현저 한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글짓기가 그림의 10분의 1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같은 대상, 같은 여건아래서 치러지는 비슷한 성격을 띤 두개의 행사가 그토록 엄청난 참가자의 수적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은, 어느 모로나 중대한 문젯거리가 아닐 수 없다.
워낙 그림 그리기는 어린이의 기본역량을 측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얼마든지 「우발적인 소산」의 가능성을 어린이들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것이 그림이라는 것이다. 이점에 서 착안, 입상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우선은 많이 참가시키는 것이 현명하다는 타산이 작용하게 된다. 반면, 글짓기에는 그러한 무분별 한 기준의 타산이 전혀 허용되지 않는다. 『공부 잘하는 어린이가 글을 잘 짓는다』는, 하나의 엄연한 진리에 뿌리박은 통념으로 해서 참가자의 범위는 어느 한계에서 좁혀지기 마련인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글짓기란 것이 화려하지 못하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그림처럼 중인 환시리에 전시되는 것도 아니며, 따라서 당장 박수갈채의 대상도 못되는 것이 글짓기이다. 이는 음악·무용 등 다른 예능방면의 것에 견주어 볼 때 더욱 그러하다. 『부모의 허영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 자녀가 이용당하기 일쑤인 것이 어린이 예능』이란소리가 높아 온 지는 오랜 터인데, 그러한 효용 면에서 살핀다면 글짓기는 아무래도 실격임을 면치 못한다.
흔히 글짓기 교육을 일러「전인교육」이라느니, 「전 교과의 결산」이라고들 한다. 단순히 국어교육의 일환으로서만이 아닌, 어린이 정서함양의 수단으로까지 그 폭을 넓혀, 예능교육의 하나로 크게 장려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면서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사회전반의 인식부족으로 한낱 구두 선에 그치고 있으니 실로 한심한 노릇이다.
사회전반이라 했지만 그 범위를 좁히면 교직자와 학부도, 더 좁히면 어머니가 된다. 어린이 문제와 결부되는 것인 한 통틀어 가장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끼치는 힘이 곧 어머니란 존재이기 때문이다.
화려하지 못하다는 것, 단지 이 하나의 이유만으로써 어린이의 글짓기에 아예 등한시해 왔거나 열의를 가져오지 않은 어머니들은 이제라도 조용히 반성할 일이다. 진정한 사랑이 결코 화려한 것은 아니듯이 진정한 교육 또한 화려한 가운데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깊이 깨달아야 하겠다.
박 경용<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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