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에의 내국인 출입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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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무부는 종래 내국인의 출입이 금지돼있던 공인도박장 「카지노」에 외화획득과 내국세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내국인에게도 그 출입을 허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치안국에 의하면 종래 내국인에게는 일절 출입이 금지돼 오던 관광 「호텔」 부설 카지노 등 사행 영업장소에 당해 「호텔」에 유숙한 숙박객에 한한다는 조건부로, 내국인도 그 출입을 묵인해줄 수 있도록 관계단속 내규가 바뀌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내무부의 이와 같은 방침은 한마디로 천려단견의 소치이며, 국민으로서는 그로써 더욱 번지게 될 도박풍조와 사회기강의 문란을 당국이 어떻게 방지하려는 것인지, 새삼 기가 차다할 수밖에 없다. 「호텔」에 유숙한 숙박객에 한한다는 단서는 도대체 무엇이며, 당국은 이와 같은 엉터리없는 조치로써 거둬들일 세수증가가 과연 얼마나 되겠기에 그토록 엄청난 망발을 일개 부령의 개정으로써 단행하려고 하는지, 떳떳한 해명이 있다면 듣고 싶다.
집계에 의하면 「워커힐」을 비롯하여 「올림프스」·해운대극동「호텔」·서귀포 관광 「호텔」 등에 설치된 국내 4개 「카지노」에서 지난 1월부터 6월말까지 반년간 벌어들인 외화는 환금실적으로 보아 고작 17만 7천 9백여 달러의 미미한 것이었으나, 동기간 중 전기 4개 「카지노」에 출입한 입장인원의 수효는 연 4만 6백 91명에 달하여 그 대부분이 내국인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뒷받침하고있다.
이와 같은 실적은 69년 중 전기 4개 관광호텔에 출입한 숙박 연인원수가 7만 2천여명이고, 동 기간 중 이들 4개 관광「호텔」이 취급한 환금액수가 1백 2만 4천여 달러였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카지노」를 통한 외화수입이란 사실상 보잘것이 없는 반면, 다수의 내국인이 치외법권적인 「카지노」 도박장에 몰려, 혹은 일확천금의 꿈에 날뛰고, 혹은 패가망신의 슬픔을 되씹고 있었음을 말하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라 할 것이다.
도시 「카지노」라는 공인도박장은 그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에서조차 극히 예외적인 존재요, 극동에서는 「마카오」를 제외하고는 한국만이 그 합법적 운영을 허가한 유일한 나라인데, 이와 같은 공인도박장의 더 한층의 성행을 가져오게 할 내국인 출입허가조치가 우리사회의 기강해이와 부패조장에 얼마나 해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는 구차스런 설명이 따로 필요없을 것이다.
설사 이들이 연간 수백·수천만「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사회적 해독을 보상할 수 없는 것이어늘, 하물며 한해 고작 기10만 달러의 외화때문에 국민전체에 극히 나쁜 영향을 끼칠 「카지노」 등 공공연한 도박행위의 성행을 관이 주도한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망발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사회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현행 경범죄 처벌법을 보완하고, 가칭 풍속영업단속법의 제정까지를 구상한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당국이 처벌대상으로 계획하고 있던 이른바 장발족이나 「보디·페이팅」 등 전위예술가나 또는 「고고」춤을 추는 「히피」 집단, 혼성 「캠핑」 등의 해악 등 차라리 일세를 도도히 흐르는 불건전하고 찰나적인 도박풍조에 비하면, 아직도 소극적인 가치를 인정할 여지조차 있는 것들임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오직 땀 흘리고 일하는데서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회풍토를 조성함이 없이는 우리의 온갖 건설은 사상누각에 불과한 것이요, 이러한 사회풍토조성에 있어 그 최대의 적이 지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경향각지 우리사회의 저변을 거침없이 흐르고 있는 각종 사행적인 도박풍조임을 명기하고, 당국은 그 일소를 위해 솔선 「카지노」의 폐쇄부터 먼저 고려함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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