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 자유중국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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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착 뉴스위크지는 미국이 최근 자유중국에 대하여 중국 본토에 대한 습격을 중지하라고 요구하고 이를 중지하지 않으면 금년도 군원 약2억불을 전액 삭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동지는 미국이 최근 대만해협에서 초계 임무를 맡고 있던 구축함 2척을 철수했으며, 자유중국의 잠수함 및 팬텀기의 구매요청을 거절했음을 밝힘과 동시에 대만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병력 1만2천명도 철수할 계획임을 전하고 있다. 동지는 또 이어서 미국이 대 중공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자유중국의 우려 때문에 미 중 관계가 전반적으로 긴장되어 있음도 아울러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뉴스위크지의 이와 같은 보도가 어느 정도 까지 정확히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우리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른바 닉슨·독트린에 의거, 미국이 아시아로부터 군사력을 대폭 감축하는 계획을 대담히 실천에 옮기고 있으며 또 미국이 중공과의 긴장을 풀고, 대중공 관계를 개선키 위해 정치적·외교적으로 다각적인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전기 뉴스위크지의 보도는 다분히 신빙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주여 전 캐나다는 중공의 유엔 가입문제를 전혀 터치하지 않으면서, 대만이 중공의 영토임을 시인하는 조건부로 중공을 증인한 바 있었는데, 이를 뒤이어 이탈리아 벨기에 그리고 말레이지아도 조만 간에 중공을 승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은 주목을 요하는 것이다. 영 불 두 나라는 벌써 오래 전부터 중공을 승인한바 있었는데 이처럼 서구의 주요 국가들이 중공을 승인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지면 대 중공관계에 있어 미국은 계속 불승인과 적대정책을 지속하는 서방측의 유일한 강대국으로 남게 된다. 이것이 미국으로 하여금 중국본토를 유효하게 통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기초 위에서의 대 중공정책과 대 자유중국정책에 있어서의 현실적인 유동성의 부여를 불가피하게 인정치, 않을 수 없게 한 소이일 것이다.
미국이 대 중공관계에 있어서 『이데올로기 적인 경화증』을 스스로 헤치고 나와 국제권력정치의 현상을 바탕 삼아,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긴장을 해소하고 싶다 하더라도 중공이 대만영유 주장을 고수하는 한 사태는 일보도 개선되지 아니 한다. 중공은 지금까지 공산중국 및 자유중국이라는 『두개의 중국안』은 물론,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시켜『하나의 중국·하나의 대만』을 만들자는 안에 대해서도 완강한 반대를 표명해 왔었다.
따라서 미국이 자유중국에 대한 군원을 대폭 삭감 또는 중단하여 중공에 대한 자극을 피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 현상동결의 기초 위에서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시키기 위해 일련의 포석공작을 해둔다 하더라도, 중공이 대만의 영유를 주장하는 한, 미 중공 관계는 호전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중공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오랜 우방인 자유중국을 지극히 낙망시키는 정책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도리어 자유중국에 대한 군원을 지속함으로써 그 지위를 계속 강화하여 두었다가 자유중국을 대 중공협상에 있어서 하나의 강력한 힙의 원천으로 삼도록 함이 현명할 것이다.
오늘날의 국제정세가 국부의 본토수복계획을 실천에 옮길 수 있게 한다든가, 혹은 자유중국에 대한 군원을 구실로 중공이 대만을 무력으로 정복한다든가 하는 가능성은 공히 매우 희박한 것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자유중국에 대한 군원을 지속하는데 본토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고, 그렇지 않으면 군원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경고를 한다는 것은 자유중국 국민들의 사기를 근본적으로 저상시키는 것밖에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할 것이다.
미국의 군사력에 의한 세력권 정책 후퇴 때문에 중공 주변에 있는 약소국가 등이 많은 불안을 느끼고 있는 형편인데 미국자체가 그 불안을 부채질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강대국으로서 너무도 무책임하다는 평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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