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조 불 외교의 재기|퐁피두 방 소에 얽힌 문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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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퐁피두 프랑스 대통령은 6일 모스크바에 도착하여 8일간에 걸친 소련 방문일정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의 이번 방문은 작년 10월의 모리스·슈만 프랑스 외상의 방 소 때 이미 예정되었던 것이므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구주에서의 프랑스의 영향력 감퇴, 오래 전부터 불소 두 나라 사이에 거론되어 오던 구주안보회의 소집문제, 불소경제협력 및 중동문제가 점철되고 있어 소련수뇌와의. 회담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애초에 퐁피두의 방 소는 금년 여름으로 예정되었던 것이었으나 독소 조약·중동사태 등으로 미루어져오다가 이번에 실현된 것이다.
58년 드골 대통령의 등장을 계기로 미국의 구주지배체제에 반발, 『대서양에서 우랄까지』라는 대 구주 통합의 기치를 내걸고 자주외교노선을 추구해온 프랑스 외교는 한때 구주대륙을 주름잡았었다.
66년 드골의 방 소를 피크로 하여 독불 협력체제에 힘입은 프랑스의 영광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러나 69년 퐁피두 대통령이 드골의 후광 속에 등장했을 때에는 화려한 드골리즘과 프랑스의 영광이 퇴색하고 있었다. 프랑스와 역사적으로 구주대륙에서 각축을 벌여온 서독의 부상으로 드골리즘의 낙조는 가속화했다. 특히 브란트 서독수상의 구주현실인정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대 동구 외교공세는 지난8월 독소 조약이 체결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으며 서독이 이 조약을 뒷받침으로 하여 서방측의 대소 접근 주역으로 등장한데 대한 프랑스의 미묘한 위구심은 숨길 수 없었다.
더우기 최근의 중동사태 등 국제적인 분쟁에 대한 미소 양 대 국간의 용단은 프랑스의 열강으로부터의 소외감을 더욱 짙게 했다.
이러한 실정을 감안할 때 프랑스로서는 이번 대소접촉에서 서독을 견제하면서 상대적으로 프랑스의 지위 향상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퐁피두 방 소의 표면적인 이슈로서는 불소경제협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소련의 입장으로서는 특히 이 문제에 신경을 쓰고있다. 글로벌·파우어로서의 소련은, 월맹 쿠바 중동에 대한 지원 외에 자체군비증강 및 중소국경에 대한 경비지출이 과중하여 경제적으로 극심하게 시달리고있다.
따라서 구주에서의 긴장완화, 특히 서독과의 경제협력기틀을 다져놓은 소련은 프랑스와의 적극적인 경제협력 또한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하기야 66년 드골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양국간의 경제협력을 주목적으로「불소 협력 대 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기로 합의했으며 지난9월 파리에서 그로미코 소외 상이 참석하여 제5차 회의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회의성과는 별로 두드러진 것이 없었다.
현재 퐁피두 대통령의 방 소와 함께 집중적으로 거론되고있는 소련광산자원의 공동개발, 과학·기술협조방안, 통상협력 문제 등은 이미 이 「불소 협력 대 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되어온 문제들이다.
소련은 지금까지 프랑스와의 경제협력관계에 있어 서독에 비해 낮은 차원으로 이끌어가지 않겠다고 주장해왔다. 서독과 공동으로 추진하고있는 경제협력 계획보다 낮은 수준으로 프랑스와 교섭을 갖는다는 것은 양국을 동등하게 다루려는 소련으로서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련의 의도는 불독양국을 서로 경쟁관계로 이끌려는 정치적 타산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퐁피두 대통령이 소련의 의도에 말려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리의 외교소식통은 퐁피두의 이번 방 소를 계기로 소련 측이 드골 시대부터 내세워오던 조약체결을 제의할 것으로 보고있다.
즉 현재 독불 사이와 조약에 따라 정기적으로 열리고있는 양국수뇌의 회담과 같은 형식의 조약을 소련 측에서 원하고 있으나 드골은 이에 대해 늘 유보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퐁피두 대통령도 드골의 유보적인 태도에 따라 두 나라 사이의 협력관계가 실제적인 결실이 있을 때까지는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는 바로 지금까지의 두 나라 사이의 불소 협력 대 위원회가 별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프랑스 정부로서는 소련의 불투명한 태도가 못마땅하지만, 이번 퐁피두의 방 소를 계기로 프랑스의 지위를 향상할 수 있는 방법, 즉 최근 나세르 장례식에 참석하여 아랍 공화국지도자들과 토의한. 중동문제해결방안의 내용에 대한 코멘트를 들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프랑스 정부가 지금까지 조심스레 추구해온 구주안보회의 소집문제는 독일문제를 중심으로 하여 광범위한 토의가 있을 것이다. 퐁피두 대통령은 베를린 긴장완화문제를 중심으로 한 모스크바의 입장에 대해 뚜렷한 설명을 들을 것으로 보인다.<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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