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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단계 들어선 백화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 나라의 백화점은 일정한 룰과 질서가 없이 잡화점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 채 전국적으로 1천여 개가 산재해있다.
특정업종의 소매상집단 또는 일부 소매상이 백화점간판을 달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며 특히 이러한 현상은 지방으로 갈수록 심하다.
서울의 경우도 신세계·미도파·시대·종로·화신·신신·명동·코스모스·아세아·천일·길음 백화점 등 백화점 간판이 붙어있는 곳은 10여개 있지만 잡화점 또는 특정업종의 소매상 집단적인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 곳이 많다.
반면에 반도-조선 아케이드·대왕 코너·세운상가 등은 백화점 간판은 아니지만 오히려 통상개념상의 백화점성격을 띠고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백화점이 무질서하고 일정한 룰 도 없이 난입해 있는 이유는「시장법」에 의해 개설승인을 받으면 간판은 백화점, 아케이드, 쇼핑·센터 등 어떤 것이나 상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는 대량 유통조직의 전형인 백화점을 올바르게 육성, 개발하기위해 백화점 법을 만들어 규제할 계획이다.
한국 마키팅 개발 센터(대표 오상락)가 만든 백화점 법 시안은 ①자본금규모 1억원이상 ②경영은 일정율 이상의 직영 ③연매장은 서울이 3천 평방m이상, 기타도시는 1천5백 평방m이상 ④20개 부문이상의 상품을 취급하는 곳을 백화점으로 규정하고있다. 그런데 이네가지 요건을 충족시키고있는 백화점은 현재 신세계 하나뿐이다.
대한농산(박용학)계 미도파는 자본금·매장넓이·취급상품등 세 가지 요건을 갖추고 있지만 경영방식이 직영이 아니고 많은 소매인을 상대로 한 판매대의 임대 식 경영을 하고있다.
세계적 추세로는 직영비율이 최소한 80%를 넘어야 하는데 현재 신세계의 직영비율이 82%, 미도파는 30%정도이며 나머지는 대부분이 완전 임대형태다.
또한 시대복장(이위형)계의 시대와 동아극장 계 아세아는 복장 및 전기용품중심의 소매상집단성격을 띠고있으며 화신산업(박흥식)계 화신 및 신신은 규모 면에서 백화점구실을 못하고있다.
신생·신생피혁(한용현)계의 종로는 박흥식씨에 대한 채권으로 화신백화점의 일부를 현물로 판제 받아 백화점을 개설한 것이며 화신의 유명세 덕을 입고있다.
삼양어업(정규성)계 코스모스는 비싼 임대료 등으로 아직 개설되지 못하고있는데 앞으로 국제호텔 계에서도 백화점을 개설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나라의 백화점은 1930년 일본의 삼월백화점이 지금의 신세계자리에 지점을 둔 것이 시초이며 31년 한국인으로서는 박흥식씨가 최초로 화신백화점을 개설했고 같은 해에 일본의 정자옥 백화점이 현재의 미도파자리에서 개설했다.
그동안의 정치·경제·사회적 혼란 등으로 백화점은 잡화점으로 전락했으며 69년4월 신세계가 직영체제로 정비, 본격적 백화점 활동을 시작함에 따라 무질서한 백화점의 정비기운이 대두되고있는 실정이다.
지난69년 중의 매상고를 보면 신세계와 미도파가 10억 원대를 넘고있는데 신세계는 월평균1억5천만원, 미도파는 1억 원대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또한 신세계는 현재의 이동백화점을 71년부터는 없애고 서울시내에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며, 미도파는 72년부터 박용학씨 계가 직영체제경영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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