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수리비 국산의 최고 6배 … 뻥튀기 장부 열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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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검찰이 외제차 공식 수입업체들의 부품값 부풀리기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신성식)는 부품값을 부풀려 수리비를 과다 청구한 혐의를 잡고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수입차 딜러사 9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들 딜러사가 운영하는 서비스센터 가운데 매출이 가장 높은 9곳도 포함됐다. 10일에는 BMW 딜러사인 코오롱모터스·한독모터스·도이치모터스와 메르세데스벤츠 딜러사인 한성자동차·더클래스효성 등 5곳을, 11일에는 폴크스바겐 딜러사 클라쎄오토, 아우디 딜러사 고진모터스, 렉서스 딜러사 앨앤티렉서스, 도요타 딜러사 효성도요타 등 4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검찰청 포렌식 검사관들과 북부지검 수사관 등 40여 명이 압수수색에 투입됐다. 검찰은 수리비 청구 내역과 부품 입출고 내역, 고객 정보와 공임 정보 등이 담긴 전산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외제차 수리비 과다 청구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수사를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금융감독원과 합동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이전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보험 청구 내역 등 자료를 제공받고 보험 전문가를 파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의 비싼 수리 비용은 국내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으로 꼽혀왔다. 지난 1월 보험개발원 산하 자동차기술연구소가 국산차와 수입차를 대상으로 전·후면 저속충돌시험을 한 뒤 수리비를 분석한 결과 벤츠 C200의 경우 새 차 가격의 36%인 1677만원이 수리비로 집계됐다. 혼다 어코드 3.5의 수리비는 1394만원(새 차 대비 33.8%), 폴크스바겐 골프 2.0 TDI는 826만원(25%)이었다.

이에 비해 국산차의 가격 대비 수리비 비중은 10% 미만이었다. 보험개발원의 2011년 조사에서 수입차 수리비는 국산차와 비교했을 때 부품값은 6.3배, 공임은 5.3배, 도장료는 3.4배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비싼 부품값과 수리 비용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먼저 조사에 나섰다. 국세청은 지난 6월 BMW코리아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국세청은 BMW 측이 이전가격을 통해 조세를 회피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수입차 업체에 대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공정위 조사관들은 차량별 수입 가격, 부품 수입 가격, 유통구조 등 현재 회사 경영과 관련된 자료뿐 아니라 회사 설립 초기의 자료까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까지 가세한 수입차 조사에 업체들은 국산차 수리비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보통 3년 정도는 각종 수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기 때문에 실제 차 소유자의 부담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부품 창고를 확대하고 전문 수리점을 늘리는 등 서비스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연간 60만 대 이상을 판매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한국 업체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채윤경·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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