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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 맹점 있었다|국어연구 3개년 계획의 의의|김민수<고대 교수 국어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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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언어·문자는 매우 보편적인 것이나, 우리는 이를 떠나서 하루도 실주 없다.
특히 한 국가사회 형성의 기본요건의 하나이기 때문에 그 질서를 세우는 일이 어느 시대에 있어서나 커다란 과제로 다뤄지며 또 국가적으로 힘을 기울이게 된다.
해방으로 우리가 말과 글을 되찾자고 공일상태를 메웠던 것은 당시 조선어 학회의 한글맞춤법 통일안과 조선어 표준말 모은 「외래어 표기법 통일 안」이었다. 이것은 혼란기의 한 준 승으로서 역사적인 임무를 다했으며 그 이바지한 바는 자타가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한 학회의 안에 불과하였던 이들 규정은 온 국민이 실제 사용하는데는 여러 가지 문젯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당초부터 빈용 적이기 보다 너무 이론적이고, 따라서 질서의 준 승이기보다는 혼란의 근거임을 은연중 깨닫게 됐던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이것이 옳으냐, 그것이 옳으냐, 또는 저것이 옳다는 등 시시비비가 엇갈렸던 것이며 심지어『이런 것은 각종 입시에 출제해선 안 된다』는 괴상한 처리방안까지 등 하는 형편이었다.
이른바 「한글파동」도 이 소용돌이 족에서 빚어진 큰 사건이었다.
그러한 문제의 내용은 다양하지만 간추려 보면 표준말·맞춤법·띄어쓰기로 집약할 주 있다. 과거에 사정된 표준말은 현실과 어긋나서 간격이 벌어졌다. 맞춤법의 규정 중에는 분간하기 매우 까다롭거나 귀걸이·코걸이 식의 요소를 지니고 있는 점이 허다하다. 더구나 띄어쓰기 같은 것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 거의 일치된 일반의 여론이다. 이처럼 세 가지로 집약되는 문제에 걸쳐 우리는 적잖이 정력을 낭비해왔고 지금도 시시각각으로 그리하고 있는 것이다.
언어·문자는 일반대중의 것이고, 소수학자나 애후 가의 완상 물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일어 난지 오래다. 또 날이 갈수록 문제가 누적되어 대소사건이 고리를 물고 일어났던 것인데, 이것이 전국민 개개인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그 조정·실시 작업이야말로 어떤 개인이나 한 단체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그래서 이제까지 개인이나 단체나 행정부에 대하여 적절하고 합리적인 조처를 촉구하고 기대해왔던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무르익어 금년부터 72년까지의 국어연구 3개년 계획이 이미 시작되었고, 미구엔 이 사업이 열매 맺어 우리 나라 최초의 혁신이 어루어지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자는 점에서 만시 지탄이 없지 않으나마 모두가 전적으로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러므로 이 역사적인 과업이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합리적으로 맺어지도록 우리는 조력 합은 물론 온 국민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업은 주시로 실험하고 해마다 종결 짓는 일반 행정과 전혀 성격을 날리 한다. 법령도 실시 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언어·문자에 관한 개정은 그대로 우리의 실생활에 반영되고, 각종 문서·출판물에 나타나며 교육에서 실시하기 때문에 고치거나 보완하는 일을 쉽게, 할 수 없고 도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정부가 행할 앞으로의 과업은 중 차대하다. 장구한 후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합리적이고 편리한 궁국의 목표를 이룩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핵심문제는 행정부로서 유능한 인재과 적절한 경비의 확보에 있다.
이 계획이 착수 된지 이미 9개월이 지났고 그 1차년 도는 앞으로 2개월여 남아있다.
그럼에도 금년도에 해당 관서에서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불과 3∼4명뿐이고 심의 회는 몇 차례 피상적인 회의밖에 없었다. 이런 미미한 움직임으로 나간다면 앞날은 매우 비관적이다.
앞으로 이일이 종결될 때까지 행정부로서는 언어·문자에 관한 깊은 지식을 겸한 인사로 하여금 행정적으로 이바지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책임질주 없는 말단공무원이나 흑은 소견이 없는 행정관에 의해 주재돼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적어도 이 계획을 수행하는 2년간만이라도 그 최고 담당은 차관급이상의 관직자가 맡아 할 필요가 있다. 그 내용의 갈피를 몰고서는 국어정책을 행정적으로 다룰 수 없거니와 심의내용이나 제안된 안건의 합리적인 처리도 기대할 수 없다.
적절한 인물이 확보되면 그 과업에 적절한 경비가 책정되기 마련이다. 그에 가장 필요한 진행 방법이나 사후처리도 제대로 관장 될 것이다.
지금까지 누적된 문제 가운데 특히 국어연구소의 설치 건을 비롯하여 한글 전용문제에 이르기 까기도 여론의 소재를 정확히 파악하게 된다면 그 과업의 해결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다.
3개년 계획의 가장 중요한 초반기에 처하여 뒤에 아무런 유감도 빚어지지 않도록 미리 대처하기 바라며, 국운과 함께 아름답고 훌륭한 모어가 잘 가꾸어지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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