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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국 시대로 가는 아랍권|나세르 급서 후의 세력 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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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나세르」-「이집트」의 마력적 지도자, 갈래갈래 조각난「아랍」세계의 교량적 조정자, 대외 세계의「아랍」대변인-「나세르」없는「이집트」와「아랍」세계는 누구의 영도 하에 어느 길로 갈 것인지「나세르」 의 죽음을 고비로「아랍」권의 기상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분열과 단결의 양극을 용하게 평형 시키던「카리스마」의 구심력이 남기고 간 공백은 중동에「사라센」제국의 해체 이후 최대의 원심 분리적 파열을 초래할 기세다.
같은「아랍」민족이라곤 하지만「오토만·터키」제국의 지배와 영 불의 통치를 통해 심화한 지역적·부족적 단절과, 같은 회교도이면서도 「수니」파,「와하브」파,「시어」파 등으로 계열화 된데다가「그리스」정교, 신교,「조로아스터」교 분파 등의 침투가 불러온 종파상의 격리 그리고 보수·혁신의 정치적 대립에 따른 중동지역의 분열 상은 하나의 고질적인 현상으로 지속했었다.
이 만성적 분리를 외형적으로나마 정지시킬 수 있었던 현실적 계기는「아랍」민족주의, 세력 「이스라엘」항전,「코란」그리고「나세르」란「인물」이었다.
특히「팔레스타인」전쟁과 유대 민족주의의 등장은 전「아랍」의 군주, 토후, 장군들로 하여금 그들의 사회제도와 이해관계의 상형을 제쳐놓고 곧잘「불완전한 단합대회」의「테이블」을 마련하자 했다.
최초의「아랍」권 정상회담이 소집된 것은 1946년,「이집트」의「파루크」왕이 주도해「아랍」6개국의 군주들이「파루크」의「인샤스」별궁에서「팔레스타인」문제를 협의했다. 그러나 그후, 최근의「요르단」사태를 위한「나세르」주도하의 정상회담에 불참 선언을 한「모로코」,「알제리」「이라크」의 태도가 보여주듯이,「아랍」권의 완전한 행동 통일이란 한번도 실현된 적이 없었다.
「로저즈」평화 안이나「요르단」사태를 둘러싼「알제리」의「부메디엔」「시리아」의 「아타시」 「이라크」의 「알·바크르」, 「리비아」의「카다피」등 강경파와「요르단」의 「후세인」 왕,「사우디아라비아」의「파이잘」왕 ,「레바논」의「프란지에」대통령 등 온건파의 대립은「나세르」란 방패가 중간에 있으므로 해서만「모더스·비벤다이」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세르」의 돌연한 죽음은「후세인」왕에 대한 강경파의 공세를 막아줄 방패를 상실했고 강경파와「팔레스타인·게릴라」의 주전론에 대한 유력한 방파제를 허물어뜨려, 전「아랍」권이 휴전과 전쟁의 기로에서 사분 오열 될 형세에 놓여있다.
「나세르」를 대치할 구심 역으론「부메디엔」·「카다피」「수단」의「누메이리」「파이잘」·「아타시」·「알·바크르」「야세르·아라파트」그 누구도 적합하지가 않다. 여기서 새로운 군웅할거 시대를 맞은「아랍」권의 판도는 ①이른바「나세르」의 정통파 ②「사우디아라비아」와「요르단」의 왕제파 ③「시리아」「이라크」의 「바르」사회당파 ④북아의 「마그레이브」권 등 4「블록」으로 분해될 것이 예상된다.「마그레이브」권이란 북아의「알제리」·「튀니기」·「모로코」의 세 나라를 지칭한다.
「리비아」의「카다피」와「수단」의「누메이리」가「나세리즘」의 정계를 주장할 듯하다.
왕제파는 강경파의 공세로 서방측의 구원을 필요로 해 더욱 우경 할 가능성이 있다.「마그레이브」권은 얼마 전「알제리」의「부메디엔」 혁명 평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국제 면에서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약속한바 있거니와 「아랍」중심 권에서 지역적으로 격리된 3국은「모로코」「튀니지」의 수건 파는 물론 강경파「부메디엔」역시 중동의 국제분쟁에 휘말리기보다는 내치의 실속을 도모할 공산이 크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바토」계와「리비아」및「수단」그리고 새로운 급진세력「팔레스타인·게릴라」의 등장이다.
국수주의라 할만큼 배타적인「아랍」민족주의에다 사회주의를 정충 한「바트」사회주의정권이「이라크」와「시리아」를 장악한 이래,「나세르」와「아랍」통일의「헤게모니」를 겨루면서 친소·친 중공 노선으로 줄달음쳐온「아타시」「알·바크르」두 정권은「팔레스타인·게릴라」의 주요「패트런」일뿐 아니라 앞으로「리비아」「수단」「알제리」와 더불어「아랍」혁신 진영의 패권과 급진도의 경쟁을 벌여갈 것이고 이에 따라「팔레스타인·게릴라」가 「아랍」혁신파의 선두를 날릴 우려마저 없지 않다.
이 4「블록」의 이합집산을 꿰뚫는 기본적인「테마」는 소 중공을 뒤에 업은 혁신파와 서방측에 기울어질 왕제파 간의 알력 그리고 혁신파 내부의 지도권 쟁탈전일 것이다. 휴전과「요르단」사태의 원점복귀 위협을 앞에 두고,「나세르」 장례식 후 소집된 「아랍」정상회담은 『공동의 적을 앞에 두고 사소한 의견 대립의 청산』을 서약했지만「나세르」없는 중동은 새로운 열국 시대로 접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유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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