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영토 전쟁 … 한국 해상관할법 vs 일본 EEZ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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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0일 오전 10시27분, 중국-일본 간 분쟁 수역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역에 중국 해경 배 7척이 들어섰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은 즉각 “영해 침입”이라며 “지난해 9월 센카쿠 열도 국유화 이후 중국 해경 배가 일본 영해에 들어온 일수가 총 63일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한 중국 언론은 “공무집행을 위한 순시”라고 반응했다.

 한·중·일 3국의 해양주권 분쟁이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침 일본 정부가 배타적 경제수역(EEZ) 개발과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EEZ 포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0일 보도했다. 해양강국 건설에 나선 중국에 대항해 일본 정부 주도로 자원개발·해양조사와 같은 해양 권익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국내외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 게 이 신문의 해석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말까지 보고서를 정리하고, 내년 정기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도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말까지는 ‘관할해역 관리법’ 제정을 위한 입법예고를 할 예정이다. 관할해역관리법은 한국 정부가 관할하는 해역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법이다. 기본적으로 EEZ에 준하는 일종의 해상 관할선을 정하고, 이 범위 내에서 지질이나 수산자원 등의 해양조사와 영토로부터 12해리(약 22㎞)로 규정돼 있는 영해의 기점 관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영해 기점은 내륙에서 가장 먼 섬이다. 이 섬들을 이으면 영해 기점선이 되고, 다시 이 선에서 12해리 떨어진 바다까지 영해가 된다. 하지만 영해를 넘어선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법으로 규정하지 못했다.

 일본의 ‘EEZ포괄법’과 한국의 ‘관할해역관리법’이 양국 국회를 통과할 경우 해양주권 분쟁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이창위 교수는 “한·중·일 3개국이 모두 EEZ가 겹치는 데다 분쟁지역이 있어 국가 간 해양경계선을 획정하지 못한 상태”라며 “EEZ나 관할해역에 관한 법이 통과되면 이후 후속작업이 진행되면서 국가 간 외교분쟁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1995년 말 발표된 유엔해양법 협약에는 연안국이 영해 기점선에서 200해리 범위 안에서 EEZ를 선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중·일 3개국은 서로 거리가 가까워 EEZ가 겹친다. 또 한·일 간은 독도, 중·일 간은 센카쿠 열도, 한·중 간은 이어도가 분쟁지역으로 돼 있어 해상경계를 공식적으로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중국과 1997년부터 2008년 12월까지 총 14차례, 일본 정부와는 96년부터 2010년 6월까지 총 11차례 국가 간 해양경계 획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후로는 중단된 상태다. 이 때문에 한·중·일 3개국은 임시로 각각 중간 수역에 대한 협정을 맺어 각국의 어업활동을 보장해 왔다.

세종=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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