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체스 대통령의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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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피델·산체스·에르난데스 엘살바도르 공화국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초청으로 5일간 한국을 공식 방문하기 위해 아르만도·인테리아노 경제상 등 30명의 수행원을 대동하고 28일 하오 김포공항 착 내한하게 되었다.
체한 중 산체스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을 갖는 것을 비롯, 오는 10월1일에는 국군의 날 행사에 참석하고 전방 국군 부대를 시찰하는 등 양국의 우호 친선을 두텁게 하기 위해 다망한 일정을 보내게 되었다. 우리는 우선 붕정만리 중남미 지역 국가 원수로서는 처음으로 이 땅을 찾는 그의 금차 방한을 충심으로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엘살바도르는 인구 3백32만4천5백52명(69년 말 현재) 면적 2만1천3백93평방km로서 중미의 요지에 위치하고 있는 반공 국가이다.
엘살바도르는 지리적으로는 비록 우리 나라와 멀리 떨어져 있고 또 정식 국교 관계를 맺은 지는 그 역사가 일천하지만(63년1월18일 한국 초대 대사 부임), 일찍부터 양국의 관계는 매우 밀접한 것이 있었다.
엘살바도르는 우리 나라 정부 수립 후 지체 없이 한국을 승인(49년 9월3일)했을 뿐만 아니라, 유엔에서는 시종일관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여 왔다. 또한 엘살바도르는 유엔 임시 한국위원단의 일원으로서 대표를 한국에 파견했고 또 6·25동란 때는 유엔안전 보장 이사회의 긴급 구호 결의에 의하여 50만 달러를 언커크에 기탁한 바도 있었다.
특히 이번에 내한한 산체스 대통령은 1949년 초기부터 1951년 말까지 유엔 임시 한국위원단 엘살바도르 대표로서 우리와는 각별한 인연이 있는 분이다. 산체스 대통령은 당시 동국의 육군 보병 대위였으며 7개국으로 구성된 유엔 한국 위원단 멤버 중에서는 유일한 군인으로서 전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고 있었고 6·25 동난 발발시에는 유엔으로 하여금 북괴 침략을 규탄하고 유엔군을 파견하게 하는데 크게 활약하였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측근자들에게 『한국에 대한 추억은 내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하거니와, 이처럼 그와 한국과의 인연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깊은 것이 있고 따라서 그의 금차 방한은 그에게 있어서도 감개무량한 것이 있으리라 믿어진다.
경제·문화면에 걸친 관계를 보면 양국 사이에는 지난 6월에 이미 문화 협정이 정식 조인 되었고, 이번 그의 내한을 계기로 가조인 된 무역 협정이 정식으로 조인될 예정이다. 한국의 대 엘살바도르의 무역은 지난 69년에 수입 5천달러, 수출 8천달러로서, 현재로서는 그 실속이 매우 미미하다 하겠으나 이번에 양국 무역 협정이 정식으로 체결됨에 따라 앞으로 71년부터는 급진적으로 그 교역량이 증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산체스 대통령의 이번 방한이 라틴·아메리카국가 원수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은 역사상 기록될만한 큰 의의를 가진 것임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몇해 동안에 걸쳐 여러 나라의 원수가 한국을 방문했지만 이번 산체스 대통령의 방한은 양국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과 중남미의 거리를 실질적으로 단축시켜 준 획기적인 사실로서 길이 기억되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엘살바도르는 중미 공동 시장이나 라틴·아메리카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나라이며 엘살바도르가 중남미 제국에 미치는 영향력은 적이 큰 것이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산체스 대통령의 방한과 더불어 양국간의 관계와 또 이를 발판으로 해서 그 밖의 중남미 제국과도 더욱 긴밀한 관계가 맺어지기를 충심으로 바라마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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