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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전실 제거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국보 24호 경주 석굴암을 진단 받기 위해 초빙한 국제 문화재 보존 연구 소장 해럴드·플랜덜리드 박사는 석굴암 전실 목조건물을 제거하라고 제의했다.
문화재의 과학적 보존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인 플랜덜리드 박사는 24일 하오 종합보고를 겸해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석굴에 목조 건물을 덧댄 것은 ①고고학상 부당하고 ②미관상 쇼킹할 만큼 보기 흉하며 ③또 굴 안의 공기를 밀폐하는 까닭에 오히려 조각에 손상을 준다』고 지적함으로써 7년 전 국내 고고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로 만들어 세운 목조건물의 복원에 대하여 정반대의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그는 석굴암의 원형을 알지 못한다고 밝히고 또 목조건물 제거 후의 전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하여 생각한 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입장객의 제한과 굴 내 벽면의 온도를 높이는 것 등으로 최대의 문제점인 습기조절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석굴암의 현상이 10년 전의 상태보다 지극히 양호해 진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많은 관람객의 출입으로 습기와 탄산개스가 배출되고 또 불상을 만지고 문지르는 짓을 못하도록 특별한 고려를 해야한다』고 그간의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굴 내 벽 밑으로 에어컨과 연결된 파이프를 돌려놓으면 벽면을 좀더 덥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새로운 시설을 제의했다.
즉 벽체의 온도가 1도만 높아져도 결로 현상은 없어지리라는 견해이다. 그는 돔입구 쪽의 얼룩(쇠 녹물)의 제거는 어렵지 않으나 석굴암 일대의 현대적 감각의 모든 조형물을 없앨 것을 건의했다.
플랜덜리드 박사는 또 다보탑의 보수는 시급한 상태이지만 돌에 코팅하면 더 손상을 줄 우려가 있다고 반대 의견을 보였다. 그는 최근의 과학 기술 연구소의 다보탑 보고서가 1주일에 작성됐다는 점을 중시하면서 『문화재의 조사와 보수는 시간과 비용의 구애를 받지 않고 현저히 베풀어져야 한다』는 것을 그의 신념으로 삼고 있다고 거듭 역설했다.
한편 플랜덜리드 박사의 목조 건물을 없애자는 제의에 대하여 국내 고고학계는 비상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목조 가구가 있었다는 확증이 없다』는 발언에 대하여 전 문화재 위원장 김상기 박사는 다음과 같이 상반된 견해로 반박하고 있다.
『석굴암 내부는 원래 자연적인 공기 유통으로 제습이 잘됐었으니까 그의 밀폐하지 말라는 조언은 경청할만한 것이다. 그러나 전실 구조에 대해서 그는 너무도 모르고 있다.
고대 한국의 석굴사원의 이 같은 양식은 괴산 미륵당리 불당과 사천 다율사의 석굴암 및 겸재의 경주 골굴암 그림 등이 입증하고 있다. 또 지난번 보수 때 발굴 유물 중 통일신라시대의 막새 통기와 등이 나왔기 때문에 이 방면의 사람들이 충분히 검토해 목조 건물을 복원했던 것이다. 이것이 없을진대 전실 벽면 조각을 어떻게 보호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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