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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몽테뉴의 수상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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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몽테뉴의 수상록은 3권 1백7장으로 된 수필집으로 1·2권은 1580년 보르도에서, 3권은 1588년 파리에서 간행되었다. 이 작품의 각 장은 내용적인 통일이 없는 인생에 대한 편편상이다.
몽테뉴는 수상록 서문에서 『내가 쓰고자 하는 것은 내 자신이다. 내 자신이 이 책의 재료다』라 말하듯 우리에게 자선에 대해서 알도록 권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인간성의 모든 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제1편에는 57장의 수상이 수록되어 있다. 최초의 각 장은 인간의 미묘한 행위 풍습에 대한 일화 또는 군사·정치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그리고 『인간의 행복 불행의 맛은 우리의 사고에 의한 것이다』라든가 『철학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죽느냐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라는 등 우리의 일상 생활에 유용한 수상이 흥미 있게 전개된다.
그러나 제1권에서 가장 중요한 장은 어린이의 교육에 대해서다. 여기에서 몽테뉴는 어린이에게 판단력을·길러 주는 것이 참된 교육의 목적임을 강조한다.
제2권은 32장으로 되어 있고 1·2장의 레이몽·스봉의 변호가 약 반을 차지하며 몽테뉴의 본래의 회의 사상이 여기에 나타나있다.
제3권은 13장으로 되어있고 몽테뉴 자신의 의견이 잘 나타나 있다. 4장 오락에 대해서는 파스칼 이후에 명상록에서 전개한 인간에 대한 심오한 정신 분석이며 5장의 비르기르스의 시구에 대해서 에서는 문학과 도덕문제에 대해서 성찰할 뿐 아니라 대담한 연애론·성욕론까지 전개된다.
그밖에 유용성과 성실성에 대해서에는 오늘날 한국이 시련을 겪고 있는 경우와 같은 몽테뉴의 정치관이 나타나있다.
회의의 기술에 대해서 에서는 회의를 이끄는 방법, 그리고 허학에 대해선 에서는 인간의 약점에 대한 연구, 그리고 마지막장 경험에 대해서에서는 몽테뉴의 독자적 인생관인 자연스럽게 사는 현자의 경지를 설명한다.
요컨대 몽테뉴의 수상록은 불문학의 전통이 되는 인간 연구의 가장 탁월한 책이다. 일관된 학설이나 체계는 없지만 한마디 말속에 인간정신의 숭고함이 깃들여 있다. 예를 들면『나는 존재에 대해서 쓰지 않는다. 나는 변화를 쓴다. 각 순간마다 모든 것은 변한다』(3∼2)나 『인간은 언제 죽을는지 모른다. 어디서나 죽음을 기다려야 한다. 죽음에의 준비는 자유에의 준비이다. 죽음을 터득한 자는 종속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자각은 모든 예속과 구속으로부터 우리를 해방한다』(1∼20)
사실 우리의 주위에는 자기가 죽는 것을 모르고 악랄하게 부정으로 돈만 모으는 인간이 너무나 많다.
몽테뉴는 인간이 어리석고 오만하므로 인간의 연약함·오류·부정확성을 강조하여 인간이 절대적 진리를 잡을 수 없음을 역설한다. 그리고 자기가 무엇을 발견했다, 또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라는 면을 부인하고 자기는 꾸준히 무엇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유명한 『나는 의심한다. 내가 무엇을 아는가?』라는 말을 남기고 그것이 오늘날 문고판 백과사전의 명칭이 되어있다.
결국 몽테뉴는 인생 체험에 입각한 자연철학에 이른다. 인간을 관찰하는 자는 인간을 그 일상성에서 보아야 한다.
하나 『인간은 인간인 것을 부정하려한다. 결국 천사가 되지 못하고 짐승이 된다』(3∼13). 이러한 말은 파스칼에게 영향을 주었고 그의 사장은 영국의 경험철학에 영향을 주었고 프랑스 철학과 문학의 뿌리를 이를 뿐 아니라 기계문명과 인간집단화에 허덕이는 현대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있다. (을유문화사간·손우경역) [민희식<성균관대학교·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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