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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의 처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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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린이의 눈동자 같다』는 말은 깨끗하다는 것의 최대의 표현이 된다. 마찬가지로 『병실 같다』면 청결하다는 것의 최대의 표현이 되어야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옛말이다. 이제는 그저 비교적 깨끗하다는 뜻밖에는 되지 않는다. 멀쩡한 사람도 도리어 병에 걸려 나오는 것이 아닌가 염려될 만큼, 요새 병원들은 불결한 느낌까지 주는 경우가 많다. 공립병원일수록에 더욱 그렇다.
당국은 앞으로 국·공립병원의 진료비 및 입원비를 30%씩 인상할 생각이라고 한다. 사실은 그 배액을 올려도 인턴·레지던트·간호원들의 대우를 제대로 개선하기는 힘들 것이다.
더군다나 좀더 깨끗한 병원을 만들기는 더욱 어려울지도 모른다.
병원이 더러워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너무도 많은 환자가 밀려 닥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택시 요금을 올리면 얼마동안은 손님이 격감한다. 그래서 얼마간은 저절로 서비스개선이 된다는 역설까지도 생긴다. 그러나 아무리 입원비를 올려도 환자수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메피스토의 건강법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원비가 올랐다고 서비스가 좋아질 것을 기대할 수도 없는 일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속엔 이런 장면이 있다. 파우스트는 마법에 의하지 않고서도 젊어질 수도 있는 무슨 비법은 없겠느냐고 악마 메피스토에게 묻는다.
『돈이 없어도, 의사나 마법이 없어도 좋은 수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 들에 나가 밭을 일구고, 갈고 해 보세요. 그리고 딴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마세요.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먹고, 가축과 함께 자고, 손수 거름을 주는 것에 창피를 느끼지 마세요. 이것이야말로 80세까지 젊음을 간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이것이 메피스토의 대답인 것이다.
이제는 메피스토가 권하는 대로의 건강법을 따르고 싶어도 따를 수가 없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 서글프기만 하다. 요즘의 보통사람에게는 맑은 하늘도 땅도 없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날 음식도 없다. 단순한 생활이란 꿈일 뿐이다.
차선의 방법은 그러니까 병원에 들어가는 일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병자는 자꾸 늘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입원비를 아무리 올려도 병원 안이 그만큼 좋아질 수는 없게 되었다. 그저 가난하기 때문에 공립병원을 찾아드는 딱한 환자들만을 더욱 울릴 뿐이다. 운영형태를 기업회계로 바꾼다는 것도 혹은 그저 국고부담만을 적게 하려는 것이 아닌가 염려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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