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소득 1300만원 맞벌이, 연 70만 → 210만원 세 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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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갓 결혼한 외벌이 A(30세)는 올초 임시직 일자리를 얻어 매달 80만~100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연간으론 1000만원에 불과해 생활 형편이 빠듯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정부가 일하는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근로장려금을 받고 있지만 무자녀 가구여서 연간 7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해 세법개정안에 따라 A씨가 내년부터 받는 근로장려금은 170만원으로 늘어난다. 더 기쁜 소식은 집 근처에서 부업을 하는 A씨 부인의 연간 소득이 300만원에 이르면서 맞벌이 가구로 인정받게 돼 내년부터 40만원의 근로장려금이 추가로 지급된다는 점이다. 소득은 적지만 부부가 모두 일하게 되면서 근로장려금 지급액이 세 배(70만→210만원)로 늘어나는 것이다. 여기에 앞으로 아이가 태어나면 2015년부터 지원되는 자녀장려금 50만원도 받을 수 있다. 정부에서 지원받을 돈이 모두 260만원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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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EITC)의 지급대상과 지급액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우선 근로장려금 수급요건이 대폭 완화돼 재산기준이 1억원 이하에서 1억4000만원 이하, 소득기준(자녀 1~2인 기준)은 1700만~2100만원에서 2100만~2500만원으로 확대된다.

 지급액이 대폭 늘어나면서 현행 70만~200만원인 근로장려금이 가족 구성원 수에 따라 210만원~360만원까지 오르게 됐다. 이같이 지원금액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장려금이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처음 도입되는 자녀장려세제(CTC)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자녀장려금은 출산장려를 위해 부양 자녀 수에 따라 장려금을 주는 제도로 가구소득 4000만원 미만 가구에 대해 자녀 1인당 연간 최대 50만원까지 지원된다. 자녀가 3명이면 자녀장려금 150만원에 근로장려금 최대 지급한도인 210만을 합쳐 지원액은 360만원에 이른다.

 현재 60세 이상만 지원되는 단독가구에 대해서는 지원 대상을 중·장년층까지 확대해 적용 연령이 2016년 50세 이상, 2017년 이후 40세 이상으로 낮춰진다. 2015년부터는 자영업자도 근로장려금 수급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수급자는 지난해 75만 가구에서 2017년 250만 가구로 늘어나고, 지원규모도 지난해 6000억원 수준에서 2017년 2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박춘호 기재부 소득세제과장은 예산이 급증하는 점에 대해 “근로를 장려한다는 정책 목표에 따라 도입되기 때문에 소득이 늘어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구조여서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서 최대 26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는 A씨의 경우 앞으로 연봉 3000만원 수준의 일자리를 찾게 되면 수급대상에서 제외된다. 소득기준 2500만원 한도에 걸리기 때문이다.

 한편 국세청은 추석 준비를 감안해 올해 근로장려금 지급일을 20일가량 앞당겨 9일부터 지급하기 시작했다. 신청자 76만9000여 가구에 총 5480억원, 가구당 평균 71만원이 지급된다. 근로장려금은 신청자가 신고한 금융계좌로 이체된다. 부정 수급자를 가려내기 위한 사후검증은 다음달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세종=김동호 기자

◆근로장려세제(EITC)

저소득 근로자들이 일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근로소득에 따라 산정된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 1975년 미국에서 처음 시행된 이래 영국을 포함해 현재 선진 7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처음 도입된 뒤 2008년부터 시행해 2009년 처음으로 지급됐다. 일하지 않아도 정부가 최저생활 보장 차원에서 생활비를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달리 일을 해야 지원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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