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죄악은 공업과신서 발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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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히틀러의 세밀한 사생활과 제삼제국의 내막-.
그 죄악상을 속속들이 파헤친 문제작이 히틀러와 가장 가까웠던 심복에 의해 발표되었다.
저자는 히틀러의 수석건축기사로서 총통의 영광을 구가할 장대한 메걸로폴리스의 건설을 도맡고 대전 중에는 군수상을 지낸 알베르트·슈페르. 나치전범으로 루돌프·헤스와 슈판다우형무소에서 20년 징역을 사는 동안 휴지조각에다 회고록을 적어, 매수한 간수를 시켜 몰래 반출, 만기복역 후 최근에 『제삼제국의 내막』이란 제목으로 출판했다.
저자는 기사노릇을 하다 군수공업상이 되어 천재적인 수법으로 무기증산에 공을 세우기도 했다. 슈페르에 의하면 히틀러는 보통 아침 늦게서야 일어나 한두시간 일을 하는체 하다간 이내 점심, 이것이 4시까지 계속되었다한다. 그리고도 부족해 다시 다실로 몰려가 음식과 술을 퍼먹곤 저녁땐 으레 영화를 보았다고. 연애물에서 채플린에 이르기까지 영화라면 거의 광적으로 덤볐다는데 영화 다음엔 다시 상오 2시까지 폭음·폭식을 일삼았다고 한다.
비밀경찰 두목 히믈러가 고고학적인 발굴을 통해 게르만 민족의 영광을 자랑하자고 하니까 히틀러는 그걸 일소에 붙였다. 『그리스와 로마가 높은 문명에 도달했을 때 우린 고작 석기시대가 아니었느냐』는 것. 그의 취미론 메리·위도같은 감상적인 오페레타감상도 있었으나 등산은 『바보 같은 것』이라고 비웃으면서도 『우리 산악병들이 배울 점은 많다』고 했다한다. 히틀러는 또 어떤 문제의 핵심엔 귀신같이 빨리 도달해 그의 전술은 개전 초에 연합국측을 놀라게 했으면서도, 전세가 악화된 다음엔 어찌할 바를 몰라 패망을 자초할 정도로 아마추어적 장점과 단점을 고루 갖추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치스는 절대로 원자탄을 만들 여력이 없었다고 유권적인 고백을 하는 슈페르는 히틀러의 죄악이 공업과 기술에 대한 과신에 있었다는 문명비평적 결론도 섞어 가면서 제삼제국에 환멸을 느껴 1944년에 총통암살을 획책하기도 했다고 밝힌다. 그러나 『역시 그는 나에겐 마력적인 존재라서 감히 얼굴을 맞대고 총을 쏘지 못했을 거』라고 고백한다. 슈페르는 지금 65세의 노구를 이끌고 하이델베르크에서 한 회사의 경영상담역으로 일하고 있다. <유근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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