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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참사] '전원키 빼서 대피' 사령실서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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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구지하철공사 측이 지하철 화재 당시 기관사와 종합사령실 운전사령 간의 무선 교신 내용을 조직적으로 축소.은폐했다는 의혹(본지 2월 21일자 1면)이 경찰 수사 결과 24일 사실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경찰이 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무선 교신 마그네틱 테이프 원본을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지하철공사 운전사령은 1080호 전동차에 불이 옮겨 붙은 시간인 지난 18일 오전 10시8분쯤 기관사 최상열씨의 휴대전화를 받고 "차를 죽이고 가야돼"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는 전동차 전원을 끄거나 전원키(마스컨 키)를 빼가지고 대피하라는 뜻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당시 崔기관사가 전원키를 빼 대피하는 바람에 전동차 출입문이 닫혀 인명 피해가 커진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崔씨가 당초 경찰에서 "전동차를 떠날 때 습관적으로 전원키를 뺐다"는 말과 "승객들이 모두 대피한 줄 알고 키를 뽑은 뒤 대피했다"는 진술은 허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녹취록에는 사고 당일 오전 9시55분 이전의 교신 내용도 빠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철공사 측이 교신내용 일부를 삭제해 제출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경찰은 상부의 지시 여부를 밝혀내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지하철공사 측이 직무를 유기하는 등의 과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교신 내용을 고의로 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날 방화 용의자 김대한(57)씨에 대해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 혐의로, 기관사 최상열(39)씨와 종합사령실 직원 등 9명에 대해선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김대한씨와 역무원 李모(35)씨 등 3명에 대해서는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방화용의자 金씨는 지난 18일 오전 9시53분쯤 대구지하철 1079호 전동차 안에서 휘발유가 든 플라스틱 통에 불을 질러 인명 피해를 낸 혐의다.

1080호 기관사 崔씨는 종합사령실 운전사령으로부터 '중앙로역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무전을 받고서도 전동차를 중앙로역에 진입시켰고, 화재 후 전원키를 빼는 등 승객 대피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실종자 가족.시민단체 대책위는 24일 "경찰과 지하철공사가 서둘러 사고현장을 정리.청소해 실종.사망자의 신원확인에 필요한 유류품과 정황이 훼손됐다"며 중앙로역.안심차량기지.사고 전동차 등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대구지법에 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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