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1)박용상<한국생산성본부 조사부장>|체임 없는 추석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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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 그렇게 달이 뜨는 추석명절이 지나갔다. 농촌엔 오곡이 무르익고 기업 계에선 하 한기를 지나 성수기를 맞는다. 봉급 생활자에겐 보너스가 나오고, 그래서 추석은 우리 모두에게 풍성한 명절이다. 그러나 추석이 이렇게 밝고 즐겁기만 한 명절은 아니다. 열차를 놓친 귀성객이나「택시」를 못 잡은 성묘 객의 마음도 어둡겠지만 무엇보다도 어둡고 쓰라린 것은 해마다 명절 때면 되풀이되는 체불노임. 노임을 못 받은 사람들에겐 풍성한 명절이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올해에도 체불노임이 3억원(노동청 집계) 에서 4억3천 만원(노총집계)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 숫자는 우리 나라의 평균 임금수준으로 따져서 적어도 7만여 명의 노임에 해당하고, 그들이 가구주라고 가정할 때 30여만 명이 쓰라린 추석을 보낸 셈이 된다. 그나마도 공식집계에서 빠진 사람, 임금 노동자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노임을 못 받은 것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을 합한다면 쓰라린 추석을 지낸 사람이 얼마나 될는지도 모를 일이다.
노임체불이라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일이지만, 그것이 명절 때나 되어야 새삼스럽게 문제가 되고, 또 그 문제가 해결이 안된 채 지나가 버리는 일은 더욱 큰 잘못이다. 아직 우리 나라 경제는 어느 이웃 나라처럼 명절 보너스를 가지고 해외 관광을 갈 수 있을 만큼 풍요하지도 못하고, 발생된 이익을 종업원에게도 적절하게 분배해 줄만한 처지도 못된다. 노임을 못 받는 사람보다도 노임을 못 주는 기업주는 더욱 쓰리고 어두운 추석을 지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생산성 임금 제니 최저 임금제를 말하기 앞서「노임체불」이 되풀이되고 더구나 그것이「문제」로만 남아서 추석과 더불어 자나가 버리는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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