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의 도화선, 대사증후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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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호 18면

43세 남성 A씨는 3년 전부터 체중이 조금씩 늘었다. 올해 건강검진 결과 혈압과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져 있었다. 혈당도 상승했다. 지난해 건강검진에선 아무 이상이 없었다. A씨가 1년 새 갑자기 고혈압·이상지혈증·당뇨병 환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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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이 늘면 복부 내장지방도 함께 증가한다. 체내 지방이 많아지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을 세포 속으로 흡수시켜 에너지로 사용하면서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혈당·혈압이 상승한다.

혈관 속에 증가한 혈당은 결국 지방으로 바뀌어 중성지방 수치를 올린다. 반면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감소한다. 결국 혈관 안쪽에 지방 같은 이물질이 쌓여 좁아지는 동맥경화증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복합적으로 신진대사에 문제가 생겨 건강을 위협하는 병이 대사증후군이다. A씨는 복부 비만이 단초를 제공해 대사증후군이 발생했다. 대사증후군은 심장질환·뇌졸중·당뇨병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몇 가지 요인을 갖고 있는 상태다.

대사증후군의 진단 기준은 ^굵은 허리 둘레(남성 90㎝ 이상, 여성 85㎝ 이상) ^혈중 중성지방 150㎎/dl 이상 ^공복 혈당 100㎎/dl 이상 ^고혈압 ^낮은 HDL 콜레스테롤(남성 40㎎/dl 미만, 여성 50㎎/dl 미만) 등 5가지에서 3가지 이상 해당할 때다.

대사증후군은 다양한 질환의 도화선이 돼 건강을 위협한다. 심장병·뇌졸중 발생 위험은 2배 이상, 당뇨병은 5배 이상 증가한다. 대사증후군은 혈관이 막히고 손상되는 동맥경화의 진행속도를 높인다. 결국 주요 혈관이 많이 뻗어 있는 뇌·심장에 문제를 일으킨다.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하면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 당뇨병 합병증으로 혈관이 망가지고 미세한 혈관이 많이 분포한 신장·망막을 손상시킨다.

탄수화물 섭취가 많고 신체활동량이 적어 체중이 늘면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높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은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보다 대사증후군 위험이 두 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대사증후군을 개선하려면 식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식단은 밥·채소·생선·살코기 중심으로 바꾼다. 과일도 자주 챙긴다. 반면 고열량 식품인 빵·과자·청량음료·패스트푸드의 섭취는 줄인다. 신체활동량도 늘려야 한다. 하루 30분~한 시간 꾸준히 운동해 체중을 줄인다.

식사·운동 두 가지 생활습관 개선은 체중과 뱃살 감소로 이어져 대사증후군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도 고혈압·이상지혈증·당뇨병이 개선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땐 전문의의 진단을 받고 치료제를 처방받아 대사증후군에 따른 합병증을 막아야 한다.

대사증후군은 고혈압·이상지혈증·당뇨병을 한번에 일으키는 위험한 상태다. 하지만 식생활습관만 개선해도 세 가지 건강문제를 한번에 개선할 수 있다. 허리둘레·혈압·혈액 검사를 받아 대사증후군이 발견되면 생활습관을 바꿔 건강백세를 누리자.



강재헌(48)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비만·건강증진센터 소장. 식약처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심의위원 등 역임. 저서로는 『마지막 다이어트』 『소리 없이 아이를 망치는 질병-소아비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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