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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없는 독서「 캠페인」|독서주간 앞둔 그 현실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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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16회 독서주간이 24일부터 30일까지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독자운동을 일대 사회운동으로 유도하여 미 독서 층을 개발하고 독서를 생활화합으로써 국민교양의 향상과 민족문화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한국도서관 협회와 문교부 공동으로 매년 실시하고 있는 이 독서주간은 올해도 하나의 연례행사로 별다른 성과 없이 행사만으로 그쳐야 할 것인가.
「책 안 읽는 국민」의 오늘의 독서현황은 어떤 것이며 독서시설로서의 도서관은 어떤 상태에 있는가.
도서관은 독서의 기지로서 민중의 대학이며 시민의 대한 봉사기관으로 자료보존·정리와 열람 봉사업무를 말을 뿐 아니라 모든 시민 생활요소에 필요 불가결한 활동에 도움을 주는 기관이어야 한다.
시민들이 진실로 필요로 하는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곳이어야 하는 것은 독서가 국민생활의 의식주 같이 생활 속에 들어와 습관화 해야한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강조되는 것이다.
그리나 도서관의 역할이 독서진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현실은 한심스런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도서관 협회가 발간한 70년도 한국도서관 통계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도서관 수는 공공·대학·학교·특수도서관을 모두 합쳐 2천5백83개, 직원수 4천6백15명, 열람석수 20만2천6백51석, 장서 1천3백88만2천5백, 연간이용 책 수 5백88만6천6백, 연간 이용자 3천7백72만9천5백으로 돼 있다.
특히 국립중앙 및 국회도서관을 제외한 공공도서관은 58개에 불과하며 1개 도서관을 50만인구가 이용한다는 얘기다. 이를 외국과 비교하면 미국은 l관에 2만6천명, 소련은 1천6백명, 노르웨이는 2천8백인으로 우리는 비교할 수도 없는 낙후 상을 보이고 있다.
공공단체의 경우 도서관 예산은 전 예산액의 1천5백분이 1에 불과한데 공공도서관에 투입되는 예산의 60%가 인건비이고 도서 구입비는 16%에 불과하다. 영국 미국는 30%∼50%가 도서 구입비로 사용된다.
연간도서 증가수가 전국적으로 1백50만 책이지만 공공도서관만으로 한정하면 5만책으로 도서관이 책을 사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드러난다.
이와 같은 상태로는 명확하게 국민생활과 밀착된 도서관의 역할은커녕 자료수집·보존소비서의 구래의 활동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비록 도서구입비가 69년에 비해 현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국가의 정신자원 축적이란 의미에서 외국도서 구입에 소요되는 비용으론 너무나 부족한 것이다.
국립중앙·국회·공공·대학도서관을 모두 합친대야 연간 증가 책 수는 11만책에 불과 한데 중복과 국내 일반도서를 제외하면 1만책 정도의 자료 증가가 고작이다.
따라서 도서의 종목 구입은 예산낭비의 큰 예다. 공동 목록을 통한 도서관 상호대출제도가 빨리 실현돼야겠다. 적은 예산이나마 집약된 적절한 사용이 아쉬운 것은 이 점 뿐이 아니다. 국립중앙과 국회도서관의 이중체제도 예산낭비라는 점에서 한국이 실정에 부합되는 새로운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을 합리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중공도서관의 단일화가 먼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과 일본은 국회도서관으로 포함 운영되는 대표적인 예이다.
독서운동은 그러나 중앙도서관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공공 도서관이 독서운동의 주축이 되어야 하는데 58개에 불과한 현실은 국민 독서 율을 반증하는 것도 되며 독서운동의 어려움을 예견케도 한다.
무주택 인구가 전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현실로 봐서 독서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은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때문에 독서운동의 기본 요건으로 공공도서관의 확충이 시급하다. 또 공공도서관의 도시집중 현상을 타개하고 농어촌 독서시설이 많이 마련돼야겠다. 물론 도시에도 도서관시설이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군 단위 도서관 시설은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공도서관의 역할 가운데는 도서대출을 통한 독서진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우리의 현실로는 관외대출이 거의 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독서운동에 올바른 구실을 담당할 수 없다.
독서운동의 유형과 방법을 양태진씨(국립중앙도서관)는 몇 가지로 구분한다.
①독서력 및 독서습관이 확립되지 않을 때, 학교 교육이 기초적인 독서력을 기르고 아동기부터 독서환경에 젖도록 독서습관을 길러야 한다.
②문제의식 또는 의욕이 결핍된 경우,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독자와 독서시설을 활용할 뜻이 없는 사람의 잠재적인 독서의욕을 구체적인 독서동기로 끌어들여야 한다.
③생활환경 조건으로 인한 경우, 독서의 여가도 없고 생활에 쪼들리는 이들에게 삶의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독서를 권장하는 것으로 이들은 전국민의 3분의1을 차지하기 때문에 독서 계발이 가장 중요한 층이다.
④독서할 기회를 준다. 이것은 여가가 있으나 책 볼 형편이 아니거나 책 사는데 소극적인 이들에게 읽건 안 읽건 1권의 책을 가까이 둔다.
⑤적서를 제공한다. 책이 있어도 독자에게 알맞은 책이 아니면 안 읽는다. 독서운동원·도서관원의 활약이 요구된다.
⑥매스컴 또는 그 밖의 미디어로 비 독서 층을 독서 층으로 끌어 들인다.
그러면 독서환경 조성을 위해서 어떤 것이 선행돼야 할까.
공공도서관이 모든 시민에게 책을 빌려줄 수 있는 관외대출제도가 마련돼야 하고 분관과 이동도서관이 설립되어야 하며 순회문고 등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많은 도서가 확보되어야 한다. 도서자료가 충분할 때 비 독서 층도 쉽게 책에 접할 기회를 갖게 된다. 이를 위해 도서관 및 독서운동 예산이 대폭 증대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독서층 상호가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를 갖는 독서 그룹의 형성이 기대된다. 윤독식 독서회든가 일반독서회를 통한 독서경험의 교류확대, 문화 파악이 심화를 기대할 수 있으며 경쟁적으로 독서의욕도 자극할 수 있다.
독서운동은 개인에서 소단위, 더 나아가서는 전국민으로 확대되지만 실제로는 개인의 인간형성에 그 근본 목적이 있다. 독서를 통해 참다운 민주시민, 선량한 교양인, 뛰어난 전문가를 만드는데 독서운동이 본래의 의의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갑자기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한 많은 독서운동 단체들이 참다운 의미에서 국민독서진흥에 기여하는지는 의심스러운 상태에 있다.
오늘날과 같은 어려운 여건아래서 이들 단체들이 비록 순수한 독서운동의 핵심체로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은 무리가 될지 모르지만 지나치게 영리에만 빠지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이 독서운동 전문가들의 희망이다. <공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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