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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과 원시가 공존하는 한국의 전자공업|서울 국제회의서 권위들이 말하는 오늘과 내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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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 나라의 진짜 전자 공업의 역사가 3년 정도라고 하면 아주 짧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제일 가는 전자 공업의 나라라는 미국에서 트랜지스터가 발명돼 나온 것이 고작 22년 전의 일이고 보면 오늘과 같이 전자 공업이 발전하기에 이른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가 이 세상에 있는 한 전자 공업은 무한한 발전을 해나갈 것이라고 한다. 2일부터 한국 과학기술 연구소에서 열린 서울 국제 전기전자 학술 회의에는 국내의 전자 공학자들이 거의 모였고 미국 등 12개국에서 쟁쟁한 전자 공학자가 다수 참가했다. 이들 가운데서 몇몇을 만나 전자 공업의 현재의 미래, 그리고 그 속에 있는 한국 전자 공업의 현재와 미래를 말해보게 했다.

<넓어지는 이용도 정의마저 달라져>
이전에는 전자 공업을『진공관, 반도체 소자 등을 사용해서 전자의 특성을 이용하는 기기나 부품·재료를 제조하는 공업』이라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장치에 중점을 두던 정의에 기능적인 의미까지 가해서『전자를 이용한 장치를 써서 정보의 전달·처리와 제어의 기술에 관련하는 공업』이라고까지 말하게 됐다.
정보사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전자 공업의 중추를 컴퓨터와 컴퓨터 산업이 차지하고 있는 사실에 비춘다면 정의마저 달라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아뭏든 이제 전자 공업은 라디오·TV·녹음기에서 레이다·인공위성에 의한 통신·우주 개발에 관련한 스페이스·일렉트로닉스에 이르기까지 넒은 분야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트랜지스터의 발명으로 전자 공업의 중흥의 조가 되다시피 한 미국 벨 전화연구소의 물질연구 소장인「N·B·하네이」박사에 의하면 미국의 전자공업은 화학 공업마저 넘어서서 이제 제4위를 차지하게 됐고 그 생산고는 연 2백70억불이나 된다고 했다.「하네이」박사는 이번 회의에서 전자 재료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초청 강연으로 많은 청중의 주목을 끈 사계의 대가.

<10년 뒤 비약발전 세계 2위의 일본>
이번 회의에서 앞으로 10년간에 있어서 전자공업에 미치는 반도체의 영향에 대해 초청 강연을 한 페어차일드 회사 사장「C·L·호건」박사는 현재 LSl는 1평방cm 기반에 트랜지스터, 저항기 등 천 단위의 회로를 갖고 있지만 10년 안에 바늘 머리끝만 한 곳에 1만개의 회로를 집어넣는 것이 자기의 목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벨 전화연구소에서 개발한 거품 소자(버블·도메인·엘레멘트) 라는 새로운 반도체의 장래에 대해서도「하네이」박사와「호건」박사는 크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컴퓨터의 기억력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논리 작용마저 하게 할 것이라는 것.
일본 전자 공업계의 거두인「가와까미」(천상정광=동경 공업대 교수) 박사는 전자 공업의 앞길은 무한하면서 일본의 전자 공업이 68년 현재로 50억불 산업(세계 제2위)이 됐지만 아직은 독자적인 기술을 별로 개발 못했기 때문에 자기 나라의 전자 공업 조차도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수출에의 첩경은 국내 보급 촉진에>
그러면 우리 나라의 전자 공업은 어떤가. 한국 정밀기구센터(정부지정 전자 진흥기관의 하나)의 박승엽 소장에 의하면 지금 1백80개의 전자공업 회사가 있으며 금년에 1억불을 수출 할 목표로 있고 76년에는 8억불 생산에 4억불을 수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박 소장에 의하면 일본이나 미국은 약 80%가 내수용으로 쓰고 있는 점으로 보아 우리 나라도 지금 사치시하고 있는 칼라 TV 같은 것을 자꾸 만들어 국내에 널리 쓰게 하는 것이 수출 기반을 더 다지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 소장의 의견에 대해「가와까미」박사도 동감이라고 말했다. 일본도 국내에 좋은 전자 제품을 널리 보급한 것이 수출력(1년에 약 10억불)을 늘린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의견에 컬럼비아 대학「교수 H·E·메도」박사도 원칙적으로 맞는다고 수긍하고있다. 이 「메도」박사는 통신 공학의 권위로서 한국에 와서 통신위성 중계소 같은 전자 공학의 최첨단을 가는 것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고 동시에 전화 등 국내 통신 시스팀이 원시적인 상태로 있는 것에 놀랐다고 한마디.

<평준화 발전으로 시장개척이 관건>
벨 전화연구소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종국 박사는 전화를 적극적으로 더 보급하는 것이 우리 나라 전자 공업발전은 물론 경제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앞으로 컴퓨터와 전화가 연결되는 데이터통신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전화 교환 시설을 국내에선 거의 안 쓰고 있는 크로스바 따위로 맞춰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네이」박사도 데이터 통신 뿐 아니고 전화의 고장, 전화 연락의 신속 등의 점에서 지금 세계 선진국에서 채용하고 있는 크로스바 교환시설이 채용돼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기존 것을 떼어버리고 대체 하려면 막대한 경비가 들기 때문에 새것을 만들 때만 좋은 것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비쳤다.

<신기술 적절 도입 정부지원 아쉬워>
「가와까미」박사도 데이터 통신에의 연결 전자교환기로의 이행 상 크로스바를 채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첨단과 원시가 공존하는 우리 전자공업의 수준을 고르게 발전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우리 나라 전자 공업의 선도자인 김완희 박사(컬럼비아대학 교수)는 말하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외로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하고 신기술을 개발 내지 적절히 도입하여야 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 등 천연 자원이 없는 나라라 하지만 전자가 얼마든지 있지 않느냐고 하면서 전자를 이용할 줄 아는 기술자를 적극 양성하여야 된다는「가와까미」박사의 의견은 공감이 갈만하다. 전자공업을 위한 교육문제는 모든 학자들이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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