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성 정치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최근 미국에선「섹슈얼·폴리틱스」선풍이 불고 있다.「섹슈얼·폴리틱스」란 말은 미국의 젊은 여성「케이트·밀레트」의 저서 제목이다.『성 정치학』-. 이 책은 미국의 여권 신장 50주년을 기념하는 지난주에 무려 4판이나 거듭 팔렸다. 『여성 해방의 성서』라는 평판까지 나오고 있다. 「밀레트」는 이 저서와 함께 일약『여성 운동의 모택동』(근착「타임」지)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밀레트」여사는 폴리틱스 (poli-tics)를『권력 구조의 관계』라고 정의한다. 이것은 가부장 제도에서 발상 된 것이며, 그 때문에 가부장제는 여성에겐『제도적인 적』이라고 말한다. 문화의 이념도, 권력의 기본적인 개념도 모두 여기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주장이다.「밀레트」는 결국 가부장 제도의 해체론으로까지 비약한다. - 가정에 남자가 태어나면 으례 그는 가장이 되는 요건을 갖추는 훈련을 받게 된다. 가족들은 이 가장의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에 매달려 살수 밖에 없다. 가정은 별 수 없이 성별에 얽매인 역할을, 관념적으로 남과 여에 뿌리박게 해준다. 여자는 어릴 때부터 밥이나 짓고 장이나 보러 다니는 어머니의 본을 뜨게 되고, 남자는 아버지를 닮아가며 가부장의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소양을 닦게 된다.
그의 회의는 더욱 깊어진다. 남자와 여자는 한가지를 빼 놓고는 다를 게 없지 않은가. 남자의 체격이 우락부락한 것은『후천적으로』, 섭생과 활동을 통해 이룩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치 권력을 독점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인류의 문명은 인간의 근육을 대신해 주는 기계와 지식과 기술의 무기를 만들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밀레트」는 남자의 신사도나 로맨틱한 제스처나 기사도도 무시하려든다. 이런 것들이 여자를 몽롱하게 만드는 남자들의 조종술이라는 것이다.
「밀레트」식의 사고 방식은 일상어의 사전까지 바꾸어 놓았다.
보이콧(boycott) 대신에 걸콧(girlcott)로, 미스(Miss)니「미시즈」(Mrs)니 하는 약자는 한가지 MS로, 히스터리(역사) (history)는 herstory로-.
그래서「뉴요크」항의 자유의 여신상엔『전세계 여성이여, 뭉쳐라』라는 플래카드까지 나부끼게 되었다. 그러나 인류학자들은 대조적으로 남녀 유별을 주장한다. 선천적으로 남녀는 염색체수도 생장주기도 다르다고.「마거리트·미드」여사도『여성들은 공연한 주장으로 남자들을 미치게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모두 문명 극치의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캐리커처들이라고나 할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