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제자 길러낸「교련 46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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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시내 정년퇴임 교직자 12명의 합동 퇴임 식이 31일 상오10시 시 교위회의실에서 거행됐다.
교육계에 20∼40년간씩 몸바쳐 온 이들 청년교직자들은 이날 퇴임 식에서 대통령 하사금과 문교부장관 표창장 및 금가락지, 교육감 송공패 및 부상 10만원을 각각 받았다.
창신 국민학교 오용건 교장(65)은 지난 29일 상오10시 등교 운동장에서 2천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참석한 정년 퇴임 식에 이어 46년 3개월 동안 지켜온 정든 교단을 물러났다.
29일은 오 교장의 65회생일, 퇴임 날과 생일이 겹쳤다.
1924년 신의주 고동보통학교를 졸업, 그해 교원검정시험에 합격하고 19살 나이로 선천공립보통학교 교단에서 첫발을 내디딘 오 교장은 그 동안 평북 7개교, 경북 2개교, 서울 12개교 등 모두 21개교를 거쳐 제자 수만 10만을 넘는다고 헤아렸다.
『내가 보통학교교단에 섰을 때에는 2, 3학년 학생이면 거의 장가간 학생들이었고 이름과 얼굴을 기억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학생수가 너무 많아 졸업할 때까지 얼굴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헤어지는 학생이 많다』고 오 교장은 말했다.
오 교장은 4년 전부터 마련한 경기도의 산기슭 조그마한 과수원에서 여생을 보낼 계획, 『비록 학교는 그만뒀지만 직손·외손을 모두 합해 12명이나 되어 늘 어린이들 틈에 살게되었다』고 흐뭇해했다. <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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