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귀한 피규어 장난감, 장난 아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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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박물관에 전시된 피규어들 앞에 선 조웅씨. [사진 CW갤러리]

인구 25만 명의 중소 도시 경북 경산시 대평동의 한 골목에는 지난해 3월 문을 연 작은 박물관이 있다. 231㎡면적이지만 매월 관람객 3000여 명이 몰리는 곳이다. 국내 유일 전문 피규어 박물관인 ‘CW(시네마월드의 약자) 갤러리’다. 피규어(figure)는 정교하게 만든 인간·동물 형상의 모형 장난감을 의미한다.

 전시관 내부엔 전 세계에 딱 한 점뿐인 영화 주인공 ‘로보캅’ 피규어부터 10여 점뿐인 영화 ‘스타워즈’의 ‘R2-D2’ 피규어 등 한정판 장난감 3000여 개가 빼곡 하다. 대부분 고가다. 로보캅 피규어는 500만원, ‘R2-D2’ 피규어는 5000만원이나 한다. 장난감 전부 가치는 15억원에 이른다.

 최근 SNS 와 블로그를 타고 미국 이슈사진 사이트인 ‘라이프닷컴 ’으로 해외에 많이 알려졌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박물관을 보기 위해 일부러 경산을 찾을 정도다. 청소년 2000원, 성인 3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는데, 개관 1년5개월 만인 이달 누적 관람객이 7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이 박물관은 지난해 서울에서 경산으로 이사 온 조웅(36)씨가 꾸몄다. 2000년쯤부터 13년간 해외 경매사이트인 이베이 등을 통해 피규어를 사모았다. 조씨는 “ 광고 디자인 업체에 근무할 때도 연봉 대부분을 수집하는 데 사용했다. 하나둘 피규어가 늘어나면서 미국 유니버셜스튜디오처럼 전시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조씨는 최근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토이 스토리’ 재능기부다. 소아암이나, 백혈병, 조손가정 등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박물관에 초대해 피규어에 담긴 스토리를 들려주고 싶다는 거다. “모든 피규어에는 영화 속 또는 만들어진 배경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피규어를 통해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경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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