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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힘에 부친 미 40사단 6·25참전 동지회 해단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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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달 28일 로스앤젤레스 애너하임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해단식에 참석한 미 40사단 6·25 참전 용사와 가족들.

“한국전에서 함께 싸운 동지들이 모이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입니다. 세월의 힘을 거스를 수야 있나요.”

 63년 전,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나라를 돕기 위해 바다를 건넜던 미 40사단 참전군인 200여 명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의 애너하임 메리어트 호텔에서 해단식을 가졌다. 40사단은 6·25전쟁에 참가, 강원도 및 경기도 북부 지역에 주둔하며 북한 및 중국군에 맞서 싸웠다.

 당시 고등학교를 막 마치고, 혹은 직업군인으로 근무하다 참전한 군인들은 귀국 후 동지회를 결성해 해마다 모여 사망한 전우를 기리고 서로를 보듬었다. 그렇게 60년. 이젠 대부분 80~90대 노인이 됐고, 세상을 뜨는 이들도 많아졌다. 게다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기에 한자리에 모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결국 정전 60주년인 올해 해단하기로 했다.

  이날 해단식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6·25 참전군인들을 찾아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는 담제보훈기념사업회 심호명(70) 회장과 에드 로이스 미 연방 하원의원, 국가보훈처가 함께 마련했다. 키스 존스 40사단장과 참전용사 가족들도 자리했다. 심 회장 등은 마지막으로 모인 참전용사들에게 감사 메달을 걸어주고 그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심 회장은 “60여 년 전 한국을 돕기 위해 바다를 건넌 이들이 이제는 힘이 없어 모이지도 못하니 안타깝다”며 “ 건강을 유지하며 우정을 계속 나누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에드 로이스 의원은 “한국이 이렇게 발전하고 한·미 양국이 든든한 우방이 된 것은 여러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40사단 동지회는 오늘 해단하지만 우리는 여러분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0사단 동지회는 한국에 주둔할 때 경기도 가평의 가평고등학교를 설립하고 해마다 장학금도 전달해왔다. 이날 행사에는 가평고등학교 한병헌 교장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18세로 참전했다는 딕 월턴스는 “전우들이 모여 당시를 회상하는 자리가 이제 없어져 안타깝지만 한국에서 잊지않고 찾아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왔다는 래리 스타우트는 “ 아버지와 생사를 함께한 동지들이 모이는 마지막 자리인만큼 반드시 함께하고 싶었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도 담제보훈기념사업회는 국가보훈처와 함께 나파밸리 욘트빌 보훈병원에서 6·25 정전 60주년 기념 보훈 행사를 갖고 참전 노병 229명에게 감사패와 메달을 수여하고 병원 측에 기부금을 전했다. 욘트빌 보훈병원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6·25 참전 미군 용사들을 수용 중인 병원이다.

로스앤젤레스=김현우, 샌프란시스코=황주영 기자 khwo@korea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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