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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원시 속에 자연을 구가하는 원주민들<호주에서 제7신>|김찬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호주대륙 북쪽으로 달리고있는 「버스」는 「퀸즐랜드」주의「브리즈베인」시 까지 가서는 대 분수령산맥을 횡단하였다. 어떤 건조지대에 이르렀을 때 「버스」가 멎기에 그 동안을 이용하여 좀 깊숙이 들어갔더니 원주민들이 마침 사냥을 하고있었다. 순전히 원시적인 창과 나무칼을 들고 있는데 그 가운데는 어린이도 섞여 있다. 이 어린이들은 어른 못지 않게 창과 칼을 잘 쓴다. 이들에겐 이런 기술만이 생활의 단 하나의 무기로서 아기 때부터 훈련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살갗은 짙은 「초컬릿」, 머리는 고수머리, 그리고 코는 넓적하고 입술이 두텁다. 「아프리카」의 흑인이나 미 대륙의 「인디언」들은 매우 호전적이지만 이들은 인내력은 강하게 보일 뿐 그렇게 날카로와 보이지 않는다. 나의 속단인지는 모르나 이런 성격의 형성은 자연환경으로 말미암아 생기지 않았을까 한다. 이 대륙엔 야수가 없으며 눈에 보이는 것이란 모두가 평화스러운 정경들이기 때문에 이런 자연 에서 동화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이들은 한때 전쟁을 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하나의 생존으로서의 표현일 뿐, 이들에게서는 현대인과 같은 전쟁악이 깃들여 있지 않은 듯이 보였다.
호주정부에서는 인도적이랄까, 이 원주민들을 보호하는 방법을 쓰고 있으며 오막살이집 대신에「알루미늄」으로 된 집을 지어주는 곳도 있으나 오랜 원시생활에 적응된 이들에겐 현대적인 생활양식이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남자는 여전히 원시적인 사냥을 하고, 여자들은 야생식물의 뿌리를 캐다가 식생활을 해나간다. 이들에겐 신화가 매우 많다고 하지만 고고학적으로 연구하지 않는 한, 거의 그들의 행위와 입으로 전해지는 이 신화를 알 길이 없지만 그들의 표현에선 무지만이 아닌 어떤 신비가 있어 보이기도 했다. 이들을 물끄러미 보노라니 내가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사는 듯한 환각을 느끼게 되었다.
원시에의 무한한「노스탤지어」를 자아내는 이 원주민이 못되는 스스로가 도리어 불행해 보였다. 현대란 불안과 공포가 휩쓰는 소용들이 속에서 헤매고 있지 않은가. 이 대륙에는 이같이 백인의 고도의 문명과 흑인의 저도의 원시가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원시시대의 인간형이라 할 흑인의 미소는 초현대적이라고 할만큼 화사하며 원시 아닌 문명의 요소가 깃들여 있다는 것이다.
「버스」에 탄 호주사람에게서 이 원주민들의 풍습들을 들을 수 있었다. 이 넓은 대륙에 사는 이들은 거의 나체로 살며 특히 흥미 있는 것은 서북부의 장례법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 시체를 나무 위에 올려놓아 두고 살을 썩히거나 또는 날짐승에 먹혀 뼈만 앙상히 남으면 비로소 그것을 딴 묘지로 옮긴다고 한다.
그러고 여러 미개사회에서 많이 볼 수 있듯이 이들에게도 성년식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미 대륙의 「인디언」이나 「아프리카」흑인들과 비슷하다. 성년식을 할 때에는 그 젊은이를 마을에서 얼마 떨어진 곳에 데리고가서 사람이 일생동안 필요한 지식을 배워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모진 시련을 시키기도 한다.
오랫동안 목이 타도록 물 한 모금도 마시기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아무 음식도 주지 않고 굶기면서 육체적인 고통을 주는 것이다. 이 시련에 이겨야 비로소 어른의 자격을 주며 마을로 데리고 와서는 며칠동안 잔치를 베푼다고 한다.
어떤 곳에 사는 원주민들은 이(치)가 없어야 미인이 된다고 하여 처녀 때에 방바닥에 누이고 나무막대기 같은 것으로 두들겨서 흔들리게 했다가 뽑아버린다고 한다.
아무런 마취제를 쓰지도 않고 생니를 뽑아버리니 그 아픔이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찍소리 하지 않고 그 가혹한 고통을 참는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무지와 전통으로 말미암은 또 하나의 고문』이건만 아름다움을 동경하는 본능적인 욕망이 너무나도 강하기 때문인지 모진 고통을 초극한다고 하니 야릇한 일이다. 더구나 이를 뽑은 뒤에는 곧 웃으며 춤을 한바탕 흐드러지게 춘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이들에겐 미신이 많으며 병에 걸리면 이 병이란 악마가 병독을 보내 주기 때문에 생긴다고 믿고있어서 마술사가 그 병마를 쫓아버리기 위하여 병자를 땅에 벌렁 누이고는 몸을 마찰하거나 또는 가슴에 입김을 분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병이 감쪽같이 낫는다고 하니 알고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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