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세 공장의 「공해 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동에 자리잡고 있는 세 개의 공장이 서로 이웃의 공해 때문에 못 견디겠다고 진정하는 등 삼각 싸움이 한창이다. 생산 공장의 형태도 각각 다르기 때문에 풍겨지는 공해의 종류도 진동, 소음, 악취 등 갖가지. 처음엔 점잖게 전화로 상대방의 공해를 개선해 달라고 주고받은 전초전이 급기야는 말다툼과 진정 사태로 싸움이 번졌다.
새 공장은 공해 요인을 고치려 들기는커녕 오히려 『누가 못 견디나 어디 두고 보자』는 투로 배짱마저 튀기고 있다. 이틈에서 골탕 먹는 것은 인근 주민들.
주민들은 『제발 싸움질만 하지 말고 피해가 적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관계 기관에 하소연했다.
삼각 공해 물을 일으키고 있는 업소는 진동을 내는 삼원 철강 (대표 서기종·신도림동 311의 3), 소음의 한일 상사 (대표 이정수·신도림동 375의 12), 개스 악취를 풍기는 조흥 화학 (신도림동 308). 싸움의 발단은 삼원 철강의 진동 때문이었다. 고철을 모아다가 1백mm 이상의 쇠몽둥이를 만들어 대는 삼원 철강은 불에 달군 쇳덩이를 둥근 기둥으로 빼기 위해 1·5t짜리 「드롭트·해머」로 내리칠 때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린다. 이 때의 진동은 사방 약 50m까지 퍼진다.
이 진동의 제일 큰 피해자는 바로 이웃의 한일 상사이다. 김순림양 (20) 등 10여명의 직공들은 최근 두통·소화불량 등이 자주 생기며 「드롭트·해머」가 낙하될 때는 가슴이 울렁거리며 불안하다는 것. 특히 야간 작업 때는 마룻장까지 울려 작업에 지장마저 준다는 주장이다. 이에 견디다 못한 한일 상사 측은 지난 6월말 영등포 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 서울시 위생 당국의 측정 결과 교정 소음의 안전 기준 40NR (NOISE RATING)보다 4NR가 초과한 44NR로 나타났다.
당국은 오는 9월9일까지 시설을 개선하도록 명령하고 있으나 진동은 여전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삼원 철강은 67년 문래동에 있을 때도 소음에 못 견딘 주민들의 진정으로 신도림동으로 옮겨왔는데 지난 3월에 최신형 「드롭트·해머」를 설치한 이래로 더욱 진동을 낸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삼원 철강 측은 『옷감을 짜는 한일 상사의 경편기가 「윙, 윙」거리는 소리를 낸 때는 「해머」 소리 못지 않게 시끄러운데 무슨 얘기냐. 소리 안 나는 공장이 어디 있느냐』고 한일 상사가 경찰에 진정한데 사뭇 감정 섞인 말투다.
그런가 하면 이 두 공장은 소음·진동을 두고는 서로 개와 원숭이의 싸움을 벌이지만 20m쯤 떨어진 조흥 화학에서 개스 악취를 풍기는 사태에는 연합 전선을 편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조흥 화학의 황산 공장에서 풍겨 나오는 아황산 개스와 삼산화유황등의 개스 냄새로 목구멍이 칼칼하고 골치가 아프다는 것.
이 때문에 서울시는 조흥 화학의 분출 개스를 세 차례나 조사했으나 『분명한 원인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폐수가 안정 기준보다 12PPM을 초과해서 개선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세 개의 공장 틈에서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은 인근의 주민들, 공무원 김순웅씨 (23· 신도림동 375)는 『자동차 배기「개스」에 진절머리나는데 집에 돌아와서까지 악취를 맡는다는 것은 견딜 수 없다』면서 이사해야겠다고 불평했다.
또 주민 강암철군 (19) 은 『「개스」 냄새가 나면 창문을 닫아 버리는데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문도 닫지 못하고 산다』고 말했다. <정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