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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괴 경비병 외국 기자에 행패|카메라 뺐고 녹음기 부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판문점 일직 장교 회의가 열린 29일 낮 1시 이를 취재하던 서독 기자에게 북괴 경비병이 시비를 걸어 휴대하고 있던 녹음기를 깨뜨려 약 20분간 유엔군 측 경비병과 실랑이를 벌렸다.
이날 낮 12시 반쯤 서독의 게르만 TV 기자 「귄터·뮈겐부르크씨 등 3명이 북괴 측 막사를 촬영하던 도중 10여명의 북괴 경비병이 몰려와 욕설을 퍼붓고 카메라 등 휴대한 물품을 찢으려 했는데 이를 목격한 일본의 「마이니찌·데일리」「야마모또」기자가 유엔군 측에 긴급히 연락 유엔군 경비병이 달려가 약 20분간 실랑이를 벌렸는데 유엔군 측 경비병이 서독 기자들을 데리고 나오려 하자 북괴 경비병이 휴대하고 있는 녹음기를 발로 걷어차 깨뜨렸다.
「저먼·라디오·TV」사 소속 「헤닝·루모」(32)·「코니크」·「셰플러」기자 등 일행3명을 데리고 한국 취재를 처음 나왔다는 홍콩 지국 수석 기자 「귄터·뮈겐부르크」씨 (41)는 실제 괴뢰군 병사 40여명과 미국 경비병 20여명이 밀치락 뒤치락 실랑이를 벌인 것을 상세히 목격했다고 말했다.
「뮈겐부르크」씨는 북괴 경비병이 「카메라맨」「셰플러」씨가 삼엄하고 딱딱하게 서 있는 북괴 경비병들의 스냅을 찍으려 들자 괴뢰군들이 셰플러씨의 카메라를 낚아채려 다가설 때, 다시5, 6명이 왈칵 셰플러씨를 밀어 제치자 미군 경비병들이 이를 말리려 달려든데서 싸움이 발단되었다고 말했다.
서독 기자 일행 4명은 『괴뢰군들의 난동에도 다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면서 녹음을 맡았다는 「루모」 기자는 『괴뢰군과 미군이 옥신각신하는 북새통에서 휴대했던 녹음기가 땅에 떨어져서 고장 났기 때문에 이번 취재 중 녹음 효과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투덜댔다.
한국에 여섯 번 와서 판문점을 네 번이나 취재한 바 있는 「루모」씨는 북괴 병사들을 여러 번 봤기 때문에 큰 불안을 느끼지는 않았으나 「뮈겐부르크」씨는 『분단 국가의 긴장과 말로만 보고 듣던 판문점의 긴장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 있게 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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