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의 똑똑 클래식] 오페라와 거리 먼 셰익스피어 5대 희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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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멕베드’와 ‘오델로’는 베르디에 의해 오페라로 작곡돼 1847년 피렌체의 페르골라 극장과 1887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됐다. ‘햄릿’은 19세기 프랑스 파리에서 유행한 그랑 오페라의 열기 속에 샤를르 루이 앙브로와즈 토마라는 작곡가에 의해 ‘아믈렛’이라는 프랑스식 발음 제목의 오페라로 작곡됐다. ‘리어왕’의 경우는 베르디가 생전에 작곡하고 싶어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근래에 이르러 성악가 피셔 디스카우의 요청으로 독일의 아리베르트 라이만이라는 작곡가에 의해 오페라로 작곡됐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모두 오페라로 만들어진 반면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 밤의 꿈’ ‘뜻대로 하세요’ ‘십이야’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 그의 5대 희극은 단 한 편도 오페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5대 비극이 모두 20세기에 영화로 제작됐지만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한여름 밤의 꿈’뿐이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으로 아테네의 태수, 시슈스와 그가 정복한 여장부의 나라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타의 혼례를 나흘 앞둔 때에 궁정의 중신인 이지어스가 자신의 딸인 하미어와 젊은이 둘을 데리고 들어와 호소하는 것으로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은 시작된다. 하미어는 디미트리어스와 결혼할 몸인데 라이산더가 자기 딸의 마음을 앗아갔다는 것이다. 하미어와 라이산더는 도망치자고 의논하고 이를 알게 된 친구 헬레나는 정혼자인 디미트리어스에게 귀띔해 준다. 태수의 혼례 축하를 위한 연극을 연습하고 있는 숲으로 도망친 두 사람과 그 뒤를 추격하는 정혼자 디미트리어스, 그리고 그를 쫓는 헬레나의 추적이 꼬리를 문다.

한편 이 숲에는 태수 시슈스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요정의 왕 오베론이 와 있었고 그는 왕비 티테이니아가 귀여워하고 있는 하녀에게 눈독을 들이고는 요정인 버크에게 서쪽 나라에 있는 삼색 오랑캐꽃을 꺾어오라 명한다. 그 꽃의 즙을 자는 사람의 눈에 바르면 눈을 뜨고 나서 맨 처음으로 보는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베론의 명에 따라 티테이니아의 눈에 즙을 발라야 할 버크는 그만 실수로 라이산더에게 즙을 발랐고 라이산더가 눈을 뜨는 순간 때마침 거기를 지나가던 헬레나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엉망진창이 되고 만 애정라인을 원복시키기 위해 결국 요정들이 개입해서 일동을 다시 잠들게 한 뒤에 짝을 제대로 찾아 즙을 발라 놓는다.

여름 밤 숲에서의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하룻밤이 지나고 아침에 뿔 피리 소리가 울리자 사냥을 나온 태수 일행이 등장해 잠자는 젊은이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일동은 잠에서 깨어나게 되고 시슈스의 배려로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짝이 맺어져 두 쌍의 합당한 결혼식이 성립된다는 결말이다.

김근식 음악카페 더 클래식 대표 041-551-5003
cafe.daum.net/the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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