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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례 각료 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제4차 한일 정례 각료 회의가 21부터 서울에서 열리게 됐다. 한일 안보 조약이 지난 6월23일 자동 연장된데 이어서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과정에서 열리는 이번 정례 각료 회의는 종래와는 다른 차원에서 그 기초가 주목되고 있다 할 것이다.
그 동안의 한일 협력 관계의 기조가 경제 위주의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협력 기준은 안보적 측면이 보다 강조되는 양상을 띄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정례 각료 회의를 맞이하여 한일간의 현안 문제라 할 무역 역조 시정, 보세가공 지원, 농수산물의 개발 수출 확대, 마산 수출 자유 지역에의 일본 자본 입주 촉진 등 현안 문제 외에도 새로 자주 국방을 위한 주물산, 특수강, 종합기계, 조선 등 4대 중기계 공업 육성을 위한 6천6백만 달러 등, 합계 2억 달러에 이르는 각종 원화 차관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고 알려졌다.
한편, 일본측은 공업 소유권 협정, 해운 협정, 일본 영화의 수입 문제 등을 협의하려는 입장을 계속 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한일 양국간의 관심사가 정례 각료 회의에서 어떻게 매듭지어 질 것인지를 우리의 비상한 관심을 풀게 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한일 정례 각료 회의는 아시아에 있어서의 제반 정세 변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마당에서 열리는 만큼, 우리는 차제에 일본의 대 아시아 정책의 본질이 무엇이며 그에 따른 한일 관계의 존재 양식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정확하게 타진해야 할 입장에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아직도 아시아 정책에 관한 한, 쉽사리 벗겨지지 않은 베일을 쓰고 있는 것이며, 때문에 그 베일 속에 가리워 진 본질을 분명히 파악하지 않고서 막연하게 한일 협력을 기대하는 경우,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할 것이다.
우리의 입장으로선 일본이 비단 경제적 협조를 해주는데 그치지 않고 정치적 안보적 측면에서의 연대를 더욱 강화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 숨길 수 없는 현실이라 하겠으나 일본측은 여전히 우리 나라 사이의 협력 관계를 단순한 경제적인 성격의 것으로만 국한하려 하고 있음이 분명한 것이다.
따라서 두 나라 사이에 있는 이러한 기본 자세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서는 서로 기대상의 차이에서 오는 부조화를 극복하기 힘든 것이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일본측이 아시아 정세, 특히 한반도의 긴박한 정세를 고려하여 종례의 경제 위주의 협조 체제에서 일보 전진하여 한국의 안보 문제에 대해서까지 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어 가는 성의를 보인다면, 우리의 대일 차관은 앞으로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선은 한일 무역의 역조 폭이 보다 확대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며, 그럴수록 일본측으로서는 한국 상품에 대한 문호를 넓혀주는 성의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한국 상품에 대한 문호를 획기적으로 넓히는 용단이 따르지 않는 한, 일본이 아무리 한일 협력 관계 강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강조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순한 경제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오해를 풀기 힘들 것이다.
요컨대 급변하고 있는 아시아 극동 정세 속에서 한일 양국이 진실로 두 나라 사이의 협력관계를 보다 고차원적인 것으로 심화하려 한다면, 일본측은 우선 문호를 한층 더 넓게 개방하여 연년 누증해 가고 있는 한국 측의 대일 무역 수지 역조 폭을 획기적으로 좁히는 일에서부터 성의를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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